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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velt12님의 서재
  •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16,200원 (10%900)
  • 2026-01-22
  • : 11,700
#MJ서재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다산북스

떠남과 존재,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문장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떤 단어부터 꺼내야 할지 모를 만큼, 이 책은 감정과 사유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줄리언 반스의 생애 마지막 소설이라는 점은 물론, 그가 평생 천착해온 '기억'과 '정체성', '의식'이라는 주제를 집요하면서도 유려하게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마지막’이 아니라 ‘정점’이라 느껴진다.

첫 장을 넘긴 순간, 익숙한 그의 문장이 나를 붙든다. 문장 사이사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반스 특유의 건조한 듯 섬세함이 느껴진다. 마치 깊은 바닷속을 유영하며 내가 그나마 아는 바다 생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듯한 경험. 그러나 이 바다에는 ‘지향점’은 없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누구인지조차 흔들리는 그 지점에서 ‘기억’이라는 작은 빛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기억이 없으면 정체성도 없다.” (p.235)

나는 어디까지가 나인가. 당신은 어디까지가 당신인가.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보다는, 질문을 품은 채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의식하는 존재’임을 말한다.

원제 『Departure(s)』는 복수형으로, 수많은 ‘떠남’들을 암시한다. 반면 한국어 번역 제목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그 이면에 감춰진 ‘상실’과 ‘불가역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 두 제목 사이의 간극은, 오히려 소설이 지닌 복합적인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번역 또한 훌륭하다. 원문이 가진 결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한국어의 정서에 맞게 치밀하게 옮겨진 문장은, 이 소설을 ‘다시 번역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로 만든다. 책의 표지디자인마저도 담백하고 조화롭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 사라져간 모든 기억,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간신히 붙들고 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조용히 묻는다. 마지막이기에 더욱 찬란한 문장들로, 줄리언 반스는 자신의 문학적 여정을 이렇게 완성해냈다.

나도 당신이 있어서 즐거웠으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구경하겠다.
(진짜 이렇게 슬프기 있나. 남자친구랑 아름답게 헤어진 기분이다.)

#떠난것은돌아오지않는다
#강민정북큐레이터
#줄리언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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