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라는 것이 나를 미치게 할 때
cornflowerblue 2022/03/0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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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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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9
- : 1,267
<우리 모두 가끔 미칠 때가 있지>
정지음 작가님은 트위터에서 반성문 짤(?)로 먼저 알게 되었는데 그 만취 반성문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 팔로우를 했더니 브런치가 있으시다고. 그래서 구독하고 매일 읽다보니 금세 팬이 되었다.
작가님 글을 읽다보면 (좀 납작한 판단이지만) '이분은 mbti가 분명⋯ n중에서도 극단에 치우친 사람인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좋은 의미로. 작가적인 상상력을 마구 뽐내고 드러낼 수 있는 장르가 아닌데도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아니 어떻게 이런 표현을'⋯ 이런 감탄을 하게 된다. 물론 작가님 본인은 그렇게 이리저리 제어하지 못하게 튀는 생각들 때문에 괴로워하시기도 하셨지만, 내 머리통은 순도 백퍼센트의 쓸모없는 쌉생각과 후회와 걱정들로 가득 차 희뿌연 안개 속 같다면 작가님 머릿속은 총천연색 불꽃이 터지는 밤하늘같지 않을까..?
아무튼 이 책에서는 Adhd와 우울증을 진단받은 작가님께서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나아가 본인과의 관계 속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관계의 면면이 마치 고군분투처럼 느껴졌다. 이전에 문제가 되었던 관계에서 조금 더 나아져보고자 본인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정반대로 바꾸어보기도 하고, 상담을 통해 얻은 것들을 관계에 적응시켜보기도 하며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어보려고 하는 노력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고. 그 과정들이 길지 않게, 위트있는 언어로 담겨 있어 재밌게 슥 훑어 읽을 수 있었지만, 속에서 벌어지는 고군분투를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으니 지난하고 괴롭고도 외로운 과정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나인게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누구나 할 법한 고민들이 처음 보는 표현으로 담겨있어 숨가쁘게 읽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작가님 본인이 맘에 들어하지 않는 본인의 모습일지라도 그게 꽤나 솔직해보이기도, 재밌기도 했고 그 생각의 알고리즘과 표현력이 입만 열면(?), 아니 자판만 뚜드리면(?) 화수분처럼 나오는게 너무 신기해서, 작가님과 친해지고 싶단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물론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 곁에서 지내는 것은 별개의 일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사람이란건 분명하다. 그런 매력적인 친구의 재잘거림을 슬며시 웃으며 듣는 기분으로 읽기 좋은 글이었다. 내가 싫어질때면, 관계가 잘못되는 것은 모두 내 탓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가볍게 꺼내들어 읽고나면, 가지런하고 차분히는 아니더라도, 이런 나도 괜찮을 것만 같고 조금 얼렁뚱땅인 채로 잘 살고싶을 것이다.
• 미움을 지속하기 위해, 오로지 미움으로 끝장을 내자고 싸우는 일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타인을 너무 미워하다 보면 제일 싫어지는 것은 나였다. (29p)
• 영원한 혼잣말 같아도 쓴다는 행위는 결국 나와 나의 대화였다. 나의 실수는 너무 많은 남과 나쁜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작 내게 할 말을 잊었다는 것이었다. (101p)
• 잊으려는 노력은 기억하려는 노력보다 힘들었다. 무엇을 먼저 잊어야 할지 분류하는 일 자체가 오히려 각인이 되기도 했다. ⋯ 떠나간 사람들은 다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쑥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106p)
* 빅피시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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