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해력에 관해서 이 책은 꽤 신뢰할 만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독서 교육, 문해력 교육을 했던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들이 많은데, 그 독서 교육의 바탕이 되는 이론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대학교에서 교육학과 국어교육 방법에 대해 배운 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문해력의 중요성
"우리 뇌는 가소성이 있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발달된다.(중략) 텍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 뇌는 열심히 일을 한다. 이런 운동을 통해 우리 뇌는 더 우수하게 발달한다." (p.19)
뇌 근육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가 신체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뇌 근육을 늘리는 근력운동과 같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쇼츠가 우리의 뇌를 망가뜨리는 것과 반대로 책은 우리의 뇌를 발달시킵니다. 뇌 발달은 학업성취 향상은 물론, 삶 전체에서 접하는 다양한 텍스트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문해력
코로나19 이후로 우리 아이들의 문해력은 더욱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다. 가장 큰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영상매체의 과도한 시청'입니다. 영상 매체에 빠져드는 만큼 독서에 소홀해지고 이는 문해력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아이들의 15% 정도가 문해력이 크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글의 맥락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등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p.23)"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영역의 학업 성취도가 9년 만에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분석해 보면 '어려운 문제'와 '혼합 문제'에서 오답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학생들이 깊이 사고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텍스트를 스스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표현을 해야 하는데,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글자 교육은 이를수록 좋다?
요즘 만 2, 3세부터 문자 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이런 학습은 내리 누르는 방식의 선행학습이기 때문에 학습자가 스스로 지식을 구성할 기회를 뺏는 것입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글자중에 하나입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한글을 습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습득하느냐입니다. 습득 과정에서 억압과 강요가 있었다면 학습에 대한 동기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만 5세 이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정도까지가 문자를 익혀 해독 능력을 키우기 좋은 시기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 후 초등학교 3-6학년 무렵에 문해력이 급상승하고 '학습을 위한 읽기'가 이루어집니다. 청소년기에는 비판적 독서가 중요해지는데, 단순히 텍스트를 빨리 읽고 문제를 풀어 맞히는 것은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정문해환경이 중요하다.
넓은 의미의 가정문해환경은 물리적 환경은 물론 문해와 관련한 부모의 신념, 아이 문해 활동에 대한 지원, 상호작용 등을 포함합니다.
문해력은 책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기호체계, 그림, 글자들 즉 환경인쇄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지하철 노선도, 간판, 상표나 로고 등이 모두 환경인쇄물입니다. 이들은 모두 '실제적 텍스트'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환경인쇄물을 활용하면 아이들의 동기를 유발하기 좋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정내 독서 환경은 양보다 질에 접근해야 합니다. 책장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곳에 책을 놓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책에는 엄마표 독서 동아리와 가족 북 클럽 운영에 관해서 안내다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중언어, 괜찮을까?
많은 부모들의 고민거리일 것입니다. 이중언어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은 시기와 방법에 따라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자는 이중언어 자체는 국제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또한 문화 수용력이 넓어지고 다른 인지 영역도 증진되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기가 아니라 방법론입니다. 레벨 테스트 등 시험으로 아이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 또는 놀이로 소통하거나 여행 가서 부모가 영어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등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은 국어교육 이론을 바탕으로 쉽게 풀어 써졌습니다. 또한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실천할 만한 실제적 방법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디어, 한자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문해력 교육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