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 '내가 우울증인가?' 생각 안 해 본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없다면 그만큼 다행인 일은 없지만, 우울증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으니 늘 건강한 마음 가짐을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둘째를 낳고 나서 한번 크게 왔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그해 1월, 우리 둘째가 태어났다. 큰아이는 어린이집에 못 가고 코로나 무서워서 산후도우미도 차마 두지를 못하던 때, 하필이면 남편이 코로나 관련 부서라 매일 밤 12시에 퇴근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서 내가 미쳐가고 있나 싶을 때 이래서는 모든 걸 다 망쳐버릴 수 있겠다 싶어서 정신과를 예약했었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로 예약을 취소했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면서 견뎌나갔다. 그때 그냥 정신과를 갔었어도 좋았겠다 싶지만, 어쨌든 잘 이겨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심리테스트를 하는 듯했다. 왜 그런 경우 있지 않나. 심리테스트의 모든 결과지를 보면 '어? 이거 내 얘긴데? 어? 그런데 이것도 내 얘긴데?' 결국 모든 풀이가 내 얘기 같은 그런 느낌.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기분을 느꼈다. '오, 나도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이거 내 얘긴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섞여서 살아가는 모양새는 어쨌거나 다들 비슷할 테니까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나씩은 하게 되는 것 같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크게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별 타격이 없는 것일 테다. 같이 타격을 받아도 누군가는 훌훌 털어내지만, 누군가는 그 타격에 크게 상처 입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훌훌 털어내는 방법을 알면 참 좋을 텐데.. 바로 그런 방법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7가지" 마음 상자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크게 7챕터로 나뉘어져있다.
각 챕터마다 체크리스트를 제시해 나의 마음상자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후에는 며러 상담 케이스로 각각의 상자를 들여다 보고, 사례들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각각의 상자에서 탈출하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책에 제시된 대로 7가지의 마음상자를 하나씩 열어보고 나와 비교해 보고 비슷한 구석이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가 보는 방식으로 이 책에 접근한다면 더욱 의미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아래 상자들의 케이스 제목을 보고 내 이야기다 싶은 것들이 있다면, 한번 책을 읽어보자. 책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비슷한 고민을 다른 누군가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조금 덜 외롭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정도는 겪었던 일들이고,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는 것에 놀랐다. 반면에 나는 그래도 잘 극복은 해 왔구나, 참 열심히 이겨내려고 노력했구나, 상자에 갇혀 있지만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