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세계, 그중에서 용기 세계의 호랑이령 주황 부족에서 태어난 세빈이 주인공이다. 천 개의 세계에는 인간, 호랑이, 고블린, 천인 등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호랑이령의 주인공은 인간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며, 호랑이인 만큼 뛰어난 후각등의 감각과 영리한 두뇌를 지닌 13살의 소년이다.
이 주인공이 우주선의 감방에 갇힌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주선의 이름은 '해태호' 이제 갓 우주군으로 선발되어 도착한 세빈은 해태호가 외부 침입자에 의해 점령당하고, 세빈이 그 동조자로 오해를 받아 감방에 갇혀 있다. 외부 침입자는 세빈의 삼촌인 백호 '환'. 부족간의 결속력이 강한 주황부족의 일원으로서 세빈은 삼촌인 환의 편에 서지만 곧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고 삼촌과 대치하게 된다. 고작 13살짜리 신입 생도가 한때는 선장이었던 베테랑 군인 삼촌과 맞서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내가 사랑하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얼마 전에 읽은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남한에서 빨갱이의 딸로 살아가던 주인공. 그리고 <호랑이가 눈뜰 때>의 국가에 반기를 드는 부족의 일원인 세빈. 내가 선택한 국가도, 가족도 아닌데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주인공의 처지가 닮았다. 만약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소소하게 한국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구미호, 잡채, 삽살이, 무당 등 우리에겐 친숙한 용어들이 등장하니 반갑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 소재들이 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도 상당히 궁금하다. 하나 안타까웠던 건 갈등의 해결방법까지 지나치게 한국적이었다는 것. 더 긴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겠다.
디즈니 플러스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하니 이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담길지 궁금해진다. 호랑이령의 세빈은 뛰어난 후각으로 타인의 감정까지 읽어낸다. 긴장하는 냄새, 공포에 질린 냄새, 당황한 냄새 등을 구별할 줄 아는 세빈인데, 이걸 어떻게 영상화할지 나같은 문외한은 감도 안 온다. 우주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다가 다양한 종족이 등장해 대립하기 때문에 상당히 화려한 영상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