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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님의 서재
  •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 14,400원 (10%800)
  • 2015-03-31
  • : 32,523

저자 김현경님은 문화인류학자라고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사회학, 윤리학, 철학 등에 대해 풍부하게 읽고 깊이 고민하신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300페이지가 살짝 못되는 이 책은 '사람, 장소, 환대'라는 세 개념이 맞물려서 진동하면서 각 사회들을 구성하는 성원권 인정기준을 정하는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제가 내용을 다 소화하기는 버거웠던 부분도 많았지만, 읽으면서 이렇게 사상사의 대가들의 핵심과 사고실험을 현대 한국인의 관점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사고실험을 통해 대가들의 허점을 논박하는 제 또래의 한국에서 활동하는 탁월한 학자가 계시다는게 뿌듯하다는 생각을 중간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범한 지성의 소유자 김현경님께서 이 책을 출간한 2015년에 이미 11년차 시간강사셨다는 게 참 답답한 마음이 들더군요. 기자들 멘트자판기같아서 싫어했던 조한혜정 교수님이 그래도 이런 신진학자를 배려하고 응원해주셨다는 걸 저자후기에서 보니 찔리기도 하고요.

본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왜 제가 이토록 현재의 중국 공산당 정권과 그들이 만든 공산당원이 지배하는 공리주의적인 감시사회를 혐오하는지 감정의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사회적 연대가 없이 존재하며, 언제든 당의 처분에 따라 낙인찍히고 모욕 당한 후 살처분될 수 있는 존재가 어떻게 인간이고, 그런 존재들이 모여있다고 과연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세계가 이런 중국처럼 되는게 정해진 미래일까봐 걱정됩니다.

비록 34쇄나 찍으시긴 했지만, 첫 저서 <사람, 장소, 환대> 이후 번역서와 공저 외에 박현경님의 두 번째 책이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자의 글을 온라인에서 많이 찾을 수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 책 제3장에서 해제 수준으로 정리해주신 덕분에 <낙인이론>으로 겨우 이름을 들어봤던 20세기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성원권 인정이 왜 중요한지, 성원권 인정에서 공간 점유의 중요성, 오염의 메타포와 같은 대면관계에서의 미시적 권력관계, 사형제 반대의 이론적 기초 등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참 많네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훌륭함이 좀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고, 김현경님께서 어서 두 번째 저서를 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사장님도 매출을 올리셔야 하니 이 책보다 더 어렵게는 말고요 ㅠ.ㅠ)


10년 전에 쓰신 이런 글이 남아있네요. 오늘날의 대학은 여기서 또 얼마나 변했을지.

https://blog.naver.com/karts_/22073096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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