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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별님의 서재
  • 관리자들
  • 이혁진
  • 12,600원 (10%700)
  • 2021-09-03
  • : 2,841

중국 산동반도에 진출한 조선회사를 배경으로 한 <누운 배>(2016)와 어느 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네 명의 사내연애를 소재로 한 <사랑의 이해>(2019) 모두 인상깊었던 소설가 이혁진님께서 작년에 출간한 소설을 모르고 있었네요.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 내 직장생활을 예리하게 관찰해서 나온 묘사들이 참 사실적이어서 쓰라릴 정도로 어두워서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긴 하지만 널리 읽혔으면 하는 작가시죠.

<관리자들>은 철저한 계급이 나뉘어져 있는 수주산업 일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누운 배>와 느낌이 비슷한데, 지방 신도시 기반조성공사로 콘크리트 하수관거를 매설하는 토목공사 현장이라 더 친숙하게 몰입이 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장편보다는 중편 같았고요.

등장인물 캐릭터들이 다소 전형적이긴 했지만 작년에도 일하다 다칠 일이 없는 사무직인 저같은 사람에게 산재사망자 가 2,080명이었고, 그 중 재해 사망자가 828명이었던 한국의 일터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대부분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묻히고 있는 산재사망사고를 가까이서 벌어진 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사람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생명의 따스함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마지막 문장이 참 좋더군요.

우리나라 건설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수는 25.45명으로 OECD 평균 8.29명의 세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의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이끌어냈으니, 앞으로는 <관리자들>의 현장소장같은 사례가 줄어들겠지만, 아예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회사가 어떻게든 사람들을 갈라서 혹독하게 서로 경쟁시키는 관리자를 원하니까요.

새롭게 등장하고 20~30대가 주로 일하는 산업 섹터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만 근속연수(경력)가 길고, 고령자들이 많이 일하는 전통적인 산업쪽은 특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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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쪽

"인마, 해 줄 거 다 해 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주는 게, 그게 관리야? 그게 시중드는 거지, 관리야? 해 줄 거 다 해 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줘야 일하겠다는 놈은 아무 일도 안 하겠다는 놈이야. 관리는 그런 놈들부터 제일 먼저 솎아 내는 게 관리고. 걔네들은 관리가 안 되니까!
(중략)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멍청한 것들이나 어설프게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기나 하거든."
168쪽

각자가 각자 져야 할 짐을 지는 것 뿐이다. 진실이란 오직 그렇게 스스로 짊어지는 것으로만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몸만큼, 각자의 몫만큼. 책임감, 도덕, 그 밖에 소장이 이야기한 모든 번드르르한 것들이 마찬가지다. 자신의 몫부터 하고 난 다음에, 감당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감당한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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