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 #서평
비인간과 인간을 나누는 상황에서 내 기준에 과학은 비인간에 가까운 단어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이었고 나아가 인간 대 과학의 대결처럼 느껴졌다. 계산과 정확성으로 대표되는 과학은 인간의 감정이나 한계를 뛰어넘는 다른 차원의 영역처럼 보인다. 그래서 과학은 늘 차갑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전대호의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에서는 이러한 나의 인식과 달리 인간과 과학을 잇는다. 과학에도 역사와 철학이 있고 우리가 선택해온 길과 그로 인해 상상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글은 과학을 여러 층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특히 4장은 당면한 우리의 근미래에 대한 저자의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토마스 쿤의 ‘쿤 상실’ 개념을 통해 과학의 진보 이면에 사회적, 인문적 차원의 상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대목이 무척 인상 깊었다. AI에 대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변화하는 인간의 사고와 판단에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디지털화가 가속되며 불가피한 ‘자동화’의 문제나 인간과 AI와의 협업 문제 역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만든다. 결국 과학은 인간과 분리된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많은 책을 번역했던 경험이 있다. 덕분에 책에 담긴 내용에 깊이가 있으나 문장이 복잡하지 않고 단정하게 느껴진다. 책의 초반부는 가볍게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철학의 밀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분량은 적어 보이나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책을 읽는 도중 스스로 머릿속으로 아는 과학자 이름을 나열해봤다. 책을 읽고 난 후 철학자와 과학자 리스트를 추가했다. 그리고 느낀다. 그들의 열정과 과학의 인간다움, 더불어 철학에 대해. #과학을인간답게읽는시간 #전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