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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y6072님의 서재
  • 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
  • 제러미 노벨
  • 19,800원 (10%1,100)
  • 2025-08-20
  • : 654
#도서제공 #서평

개인적으로 고립이나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각인된 시점은 코로나19 펜데믹이 닥쳤을 때였다. 이후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를 접하면서 외로움이라는 전세계적인 유행이 이미 펜데믹 이전부터 주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립의 시대>는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다각도로 접근해 시야를 넓혀주었지만 글의 흐름이나 경제학자로서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읽은 제러미 노벨의 <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는 그 부족함을 모두 해소해주었고 더 나아가 사회과학 분야의 책에서 뜻하지 않게 깊은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외로움을 하나의 감정으로만 여기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혼동하기도 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외로움을 명확히 정의한다. 그리고 ‘사랑’이 여러 유형으로 나타나듯 외로움도 유형이 있기 때문에 구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외로움을 심리적, 사회적, 실존적 차원으로 나누고 그 배경을 다섯 가지 구역인 트라우마, 질병, 노화, 다름, 현대성으로 정리해 설명한다. 사람에 따라 한 가지 혹은 여러 구역이 겹쳐 외로움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나와 가장 가까운 외로움일 수 있는 현대성이었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를 무조건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양가적 측면을 인정한다. 스마트폰, 온라인 데이팅, 긱 경제 플랫폼 등 현대성을 대표하는 요소들은 한편으로 소외를 해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소외를 심화시킨다.

현실을 직시하자. 현대성은 이제 엎질러진 물이다. 예전과 같은 삶으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사람들 사이를 멀어지게 만들 만한 새로운 유혹거리를 현대성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다 보니 이제 세상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이 혼란의 와중에 무엇이 상실되었는지 알아차리고, 변화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타인과의 유대감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고민해보는 방식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 p.285

외로움은 지금 당장 겪지 않더라도 누구나 갑작스레 맞닥뜨릴 수 있다. 인간이라면 질병을 피할 수 없고 노화를 거부할 수 없으며 현재의 집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다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외로움은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저자는 외로움의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 창의 활동, 대화, 경외심을 통해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진솔한 태도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 큰누나의 질병으로 인한 고립을 목격했고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겪었으며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없었던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자라야 했다. 더구나 친했던 친구 두 명마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반복적으로 깊은 상실과 외로움을 경험했다. 그런 만큼 그의 ‘외로움 벗어나기 프로젝트’는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삶의 무게가 담긴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시를 쓰며 슬픔과 고립감을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다른 외로운 이들을 돕고자 하는 행보는 감동적이다.

외로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지 모르는 외로움이라는 시대적 위기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매우 단계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며 인문학적 좋은 인용구가 많아 글을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 #외로움벗어나기프로젝트 #제러미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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