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것
jyjy6072 2025/04/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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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릴리 댄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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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 - 2025-04-14
: 2,500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는 릴리 댄시거의 회고록이다. 사비나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상실과 혼란,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여성 간의 연대와 돌봄을 되짚는다. 작가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글쓰기를 통해,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시키며, 여성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돌봄’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
이 회고는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는 작업이 아니라, 이별을 마주하고 그것을 감당해 가는 인간의 방식을 탐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댄시거는 사춘기 시절 부모님의 이혼과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한다. 낯선 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친구들과 술과 약물, 일탈을 경험한다. 그 시기의 우정은 슬픔을 견디게 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슬픔 속에서 함께 실재해 주는 존재로서 기능하여, ‘회복’보다는 ‘함께 견딤’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함께 저자는 특정한 시대의 슬픈 여성들의 존재방식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타인에게 자양분을 주고 돌보는 일, 그 사람에게 다정함을, 그리고 대체로 그 사람에게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세계에서 정서적 쉼터를 내주는 일. 사랑받는 사람이 그 사랑이 자기 삶을 지탱한다고 느낄 만큼, 세상에서 혼자가 된 기분이 절대 들지 않을 만큼, 맹렬하게, 무한하게 사랑을 쏟아붓는 일. 가장 친한 친구들이 내게 해주는 일이자 내가 그들에게 해주고자 하는 일은 바로 그런 것이다.” p194
릴리 댄시거가 정의하는 우정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위로나 곁에 머무는 것을 초월한다. 세상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서로를 위해 주는 치열한 애정의 실천이며, 이 책이 지닌 정서적 핵심이기도 하다. 이별과 애도의 시기를 지나며 그녀가 발견한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던 연결은, 혈연이 아닌 선택된 관계 안에서 주고받는 사랑과 돌봄이었다. 이 구절은 댄시거의 삶을 지탱해 준 우정의 실체를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내가 친구에게 해주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댄시거는 이 책을 통해 우정이란 것이 반드시 영원하거나 완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나에게 상기시킨다. 일정 기간 동안에만 친밀하게 유지된 관계라도, 자신의 일부가 되고 삶의 한 단면을 형성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삶과 감정을 기록한 회고록이자, 우리가 관계를 맺고 그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사다. 시드니, 라켈, 레이오나, 헤일리, 헤더, 리아, 리즈, 칼리, 코트니는 돌봄과 연대의 아름답고 단단한 첫사랑으로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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