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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yan님의 서재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 8,820원 (10%490)
  • 2011-05-15
  • : 1,780
내게도 열정 넘치는 때가 있었다. 여전히,
나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스무살 첫 엠티였을까.
손이 피투성이가 된 것도 모른 채,
기타 하나 붙잡고 노래하며,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너무 뜨거워 주변을 다 태우고,
저 자신마저 삼켜버린 시절이 있었다.
당신이 내 존재의 이유로 존재하던 때도 있었다.
순수하면서도 뜨겁게 사랑할 때가 있었다.
그 사랑을 오해받을 때면,
그마저 사랑에 따르는 필연적 숙명이라 여길지언정,
내 순수한 마음을 의심할 줄은 몰랐던.
존재의 빈 공간, 그 공백을 용납할 수 없던.
연탄재 차면서도 당당하던.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그런 내게 당신은 말하곤 했다.
"힘 좀 빼고 살라"고.
그리고 지금의 당신은 말한다.
"힘을 좀 내며 살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당신의 진심,
나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저 하얀 껍데기만 남은 연탄재.
채울 수 없는 존재의 공백.
무거워서 무서워진 사랑.
나는 그런 시절을 흘려보내고 있다.
'무기력(無氣力)'이라는 단어는,
내 현존재에 대한 적합하고 정당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십 년 전의 '나'를 되찾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나' 또한 바라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몰라서 부끄러운 과거와
부끄러움을 알아버린 현재는, 어쨌든,
부끄럽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알베르 까뮈는,
자신의 책 '이방인'을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는
모든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소설 속의 뫼르소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무에게도,
진정 아무에게도 엄마를 위해 울 권리가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늘도,
이런 답 없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출구는 없었다.>

때론 열정적이지만,
때론 무기력하고,
언제나, 부끄럽기만 한.

"당신은 이해하느냐고, 이 사형수를!"

나 또한 소설 속 뫼르소처럼,
악을 쓰며 모든 말을 퍼붓느라 숨이 막힌 걸지도.

이 절절한 외침은, 어쩌면,
이런 삶마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단 한 사람.
당신을 찾고 싶은 간절함이며,
내 앞에 놓인 삶이라는 엄연한 진실.
그것을 스스로 납득해보려는 발버둥 아닐까.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무리되길.
나 자신이 혼자라는 걸 보다 덜 느낄 수 있길.
그렇게 되기 위해
나의 처형일에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기를 희망하는 것만이
이제 내게 남은 일이었다."
_알베르 카뮈, '이방인', 제일 마지막 문장.

당신은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부끄러운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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