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동네서점 주책공사와 책방지기 이성갑 소장님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든 솔깃하게 되는 책일 것이다.
"늘 그렇게 책을 읽고 계시네요. 책 읽으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까?"
"책은요, 답을 얻으려고 읽는게 아니거든요. 대단한 걸 하려고 읽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으려고 읽는 것도 아니고요. 책은요, 그저 삶의 사고에 균열을 내는 겁니다. (중략) 그 균열의 틈으로 사유가 파고들며 한 사람이 깊어지더라고요." (47p)
첫번째 책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후 5년만에 만나는
부산동네서점 책방지기 이성갑 소장님의 두번째 책을 만났다.
「오늘도, 펼침」은 마치 서점을 방문해서 작가님을 대면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마음만 먹는다면 훌훌 한두시간내 읽어버릴 수도 있는 책이지만, 나는 가능한 시간을 들여서 읽었다. 반복해서 읽고, 되짚어서 읽는 식으로. 눈에 담고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주책공사와 책방지기의 이야기가 오롯히 담겨 있는 이 책에서 반복해서 되짚어서 말하는 것은 결국 책읽기에 대한 거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작가는 말한다.
"책은 결국 사람이 쓰고 사람이 만듭니다. 그래서는 독서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소리를 듣는 순간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그 균열의 틈으로 사유가 파고들며 한 사람이 깊어지더라고요." (47p) "사람이 책을 쓰고, 사람이 책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팝니다. 그래서 책은 곧 사람입니다. 책을 사랑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225p)
또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삶을 환기하고, 삶의 안개를 걷어내고, 거대한 삶을 지탱하기 위한 코끼리의 말랑한 발바닥과 같은 것이라고. 이토록 삶에 밀접하게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읽는내내 나에게는 참 귀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책을 읽으시면서 무엇이 가장 변화했나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52p)
작가는 변함없이 말한다. 책은 사람이고, 읽음이 삶이 되어야 한다고.
"책장의 한자는 '冊張'입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冊'은 '책 책"이고, '張'은 '베풀 장'입니다. 책은 베푸는 행위가 모인 귀한 것입니다. 우리는 늘 베풂을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사유할 때면 사람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죠. 그것이 책이 주는 힘입니다. 책이 곧 사람입니다. 책은 곧 베풂입니다." (225p)
작가의 말이 너무 귀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작가는 정말 읽음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꿋꿋히 한자리를 지키는 분이기도 하다.
읽을수록 작가의 고백은 솔직하고 생생하다. 책의 결을 그대로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많은 문장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그 결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기에 오늘도 펼침을 읽은 시간은 나에게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
주책공사라는 서점에 대한 나의 애정과 편애가 이 책을 특별하게 보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아니다. 책에 대한 진심이 문장마다 읽히는 이 책은 독자를 만남과 동시에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고 스스로 읽히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물을 것이기 때문에.
왜 책을 읽는지, 이토록 치열하고 가파른 삶 속에서 책을 읽는 행위는 무슨 의미인지, 그때마다 이 책은 그 질문 안으로 우리를 다정히 이끌고 보여줄 것이다. 책은 곧 사람이고, 읽음이 곧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라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다섯 살 조카 2호 예안이를 유치원에 자주 데려다줍니다. 등원하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문득 삼촌 이름을 기억하는 싶어 물어봤어요.
"예안아, 삼촌 이름이 뭐야?"
"주책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