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띠일님의 서재
  • 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
  • 마크 스톨
  • 19,800원 (10%1,100)
  • 2024-11-01
  • : 703
하...자본주의에 대해선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자본주의가 자본에서 소외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속 탐구하는 것은 일생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거의 망쳐온 것이 틀림 없습니다. 언제까지 우리는 자본주의와 함께 갈 수 있을까요. 마크 스톨의 <<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는 환경 재앙 앞에서 돌아본 자본주의의 역사를 차분하게 펼쳐 보이는 책입니다.

뭐든 알려면 그 맥락을 살펴봐야 하더라구요. 그 무엇이든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그 시작과 진행을,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멀리 있을수록 권력과 자본을 잘 알아야 합니다. 나의 생존이, 존망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맥락 살피는 수고를 많이 덜어줍니다.

책 안에 인류의 시작부터 '이익'을 위해 좀더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낱낱이 드러나 있습니다. 사회구성체로 보면 자본주의는 농노제 이후 부르조아의 등장으로부터 시작하겠지만, 이 책은 그보다 훨씬 거슬러올라가 호미닌부터 자본주의의 뿌리부터 살펴봅니다. 콜럼부스부터 제프 베이조스까지 흥미진진한 약탈과 착취의 역사가 책 한 가득 펼쳐집니다.

식민지 시절에는 제국주의가 왜 우릴 죽이려 드는지 알아야 했죠. 일본은 아직도 왜 그런지, 미국은 왜 또 그런지, 전쟁은 왜 끊이지 않고 무기판매와 수입에 왜 그리도 큰 국가 예산을 안배해야 하는지, 인공지능 시대에 아직도 사람은 왜 굶어죽는지, 그 모든 것 뒤에 자본주의가 얼굴을 바꿔가며 암약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의 노동가치를 흡혈귀처럼 빨아들이고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이익은 저 높은 곳에서 자본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만 집중됩니다.

자본주의는 우릴 죽일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역시 자본에서 소외된 사람들이쥬.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한국은 산재 사망사고가 전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나라잖아요.

이미 경험하고 있듯 쿠팡에서 노동자가 계속 죽어나가도 우리는 그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쿠팡의 누군가를 배불려주고 있습니다. 쿠팡 배송 노동자는 우리 바로 옆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누군가 진짜 생명을 잃고 있는데 여기서 빠져나올 수도 없다니! 자본주의는 여러 다양한 가치들과 손을 잡고 쿠팡 배송을 끊어보겠다는 의지 하나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덕에 먹고 살았다거나 불만 많으면 빨갱이, 북한으로나 가라.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아직 있습니까? 그런 분들이 아이스크림 뚜껑 핥아먹는 정용진 같은 자본가라면,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부자, 우리 주위에 얼마나 됩니까? 자본주의의 풍요는 원래 부자였던 극소수의 상류층에게만 돌아갔으며, 우리는 끼니걱정하던 때에 비하면 라면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입니다. 온갖 중국발, 노르웨이발, 호주발, 미국발, 전세계발 농산물이 싸게 싸게 더 싸게, 라면 말고 다른 걸 먹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시대,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있는 '우리'는 어떤 위기든, 그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해서도 그러합니다. 너무 더워서, 혹은 추워서 부자들이 죽지는 않습니다. 올겨울 혹한, 매서운 추위 등의 예측기사가 나올 때마다 보일러값 걱정에 위축되는 사람들이 죽을 맛이죠.

자본주의는 그동안 환상적인 플라스틱을 만들어, 그동안 없이도 잘 살아온 우리의 일상을 1회성 플라스틱으로 뒤덮습니다. (235쪽) 있는 물건도 또 사게 합니다. (238쪽) 결국 광고가 또 하나의 기획이 됩니다. (240쪽) 그리고 소비자본주의가 확산되는 만큼 지구의 자원은 쏙쏙 뽑히고 환경오염 물질은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듭니다. 우리가 먹이사슬의 밑바닥에서 싸구리 쇼핑을 반복하며 소비자본주의에 냅다 복종하고 있을 때, 지구의 자원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기후위기로 결국 대가를 치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필요할 때 우리를 쉽게 버릴 것입니다. 그 일이 코 앞에 다가오면 쿠팡을 끊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탈성장뿐일 겁니다. 에코백이나 텀블러 따위를 또 사들이고, 재활용을 열심히 하며 기후불안을 애써 외면해봐야, 환경파괴의 책임을 기업이 아닌 소비자에게 돌리는 자본주의의 의도에 놀아날 뿐입니다. (360쪽) 도나 해러웨이의 말처럼 우리는 포스트 휴먼이 아니라 소농이 되어야 합니다. 이 책은 아쉽게도 궁극적인 대안까지 자세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의 문제의식만큼 살기 위해 버둥거려 보겠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