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띠일님의 서재
  • 알코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
  • 우에타니 부부
  • 11,700원 (10%650)
  • 2022-06-10
  • : 53
과학 책을 시리즈 그림책으로 내고 있는 우에타니 부부. 이번엔 <알로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 과학실과 과학준비실이 나누어진 공간, 과학준비실에는 쓰지 않게 된 실험 기구들의 무덤이라고 알려진 '열리지 않는 선반'이 있다. 학교의 교실에는 화이트보드 대신 전자칠판이 들어섰고 실험기구 친구들은 많이 신형으로 바뀌어 있다. 특히 알코올램프 군과 대척점에 있는 신형 과학실험기구의 대표주자 가스렌지 군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새롭고 성능이 좋은 가스렌지 군은 불붙이기 대결과 화력조절 대결에서 알코올램프 군을 물리치고 기세등등해진다. 그러다 가스렌지 군은 건방떨다 사고를 치고, 그 사고는 커지기 전에 경험이 많은 실험실 선배들의 도움 덕에 위기를 넘기고, 가스렌지 군이 겸손하게 사과하고 모두모두 화합하는 이야기.

어렸을 적 분동이 생각났다. 아무리 새로운 실험도구들이 늘어난다 해도 분동이 없다면 뭐로 양팔저울에서 질량을 재지? 도르레가 없다면 그 기능을 어떤 신형 기구가 대신할 수 있지? 용수철저울도 숫자를 디지털화해서 보여주는 것 이상 그 역할을 어떻게 신형화할 수 있지? 소리굽쇠가 없으면 소리의 전달방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신형 과학실험 도구들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발전한다 해도 본래 그 기능을 배신하긴 어려울 텐데. <알코올램프 군과 과학실 친구들>처럼 오랜 기구 친구들의 경험과 원리는 지속될 수밖에


* 아쉬워서 첨언.

어린 친구들에게 오래된 과학실험기구의 역사를 알려주려는 의도도,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가는 신구세력의 화합도 다 좋지만, 이 책의 과학실은 젠더 이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은 문제적 장소다. 일본 교사 부부가 쓴 글이고 일본의 과학실 문화는 다를 수도 있을까? 이 부부의 그림책에서 등장하는 과학실험실은 남자아이들만의 것은 아닐 텐데 캐릭터 대다수가 '~군'으로 불리고 있다. 오래된 기구들은 모두 '~씨'로 불린다. 증발접시는 영감님이고. 유일하게 깔때기 양이 등장하고 깔때기의 눈에 속눈썹을 달아 여성임을 표현했지만, 전체 이야기 속에서 한 딱 번 호명된다. 알코올램프 군이 상황을 정리하며 불 끄기 역할을 다른 기구들에게 나눠줄 때다. "깔때기 양은 혹시 모르니 소화기 군을 불러와줄 수 있을까?" 이게 다다. 기구들이 힘을 합쳐 불을 끄고 있을 때에도 깔때기 양은 소화기 옆에 서 있을 뿐이다.

"~군, ~양'이라는 호칭이 어린아이들이 볼 책에 실리기엔 너무 낙후된 표현인 데다 김 양, 김 군 등 이름 없이 성과 함께 불릴 때는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군, 양 호칭이 어떻게 쓰이는지 모르겠지만 번역 과정에서 이렇게 오래된 표현을 거를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젠더불평등한 과학실에 낑겨있는 깔때기 양도 안쓰럽다. 또한 초등학교 과학시간은 여자아이들도 참여한다. 이 정도 감각이야 요즘 세상엔 당연히 요구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어린이 책에 이런 말을 보태야 하다니 많이 씁쓸할 뿐.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