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곳곳에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넘쳐난다. 시 한편마다 재밌는 내러티브까지.
어떤 시는 마치 만화를 읽는 것처럼 킥킥 거리며 읽게 되고....
시집이 이렇게나 재밌다니~!
트위터에서 만난 김선우봇도 재밌더니만... 간만한 싱그러운 시집입니다.
<12월 마지막 날 B형 여자의 독백>
우리 종족의 피가 네 종류뿐이란 게 부끄러워요
더 많은 피의 비밀이 있을 텐데
고작 네 종류밖에 감당하지 못한다는 얘기죠
네 종류 피 속에 숨어 있는 팔만사천가지 비밀 얘기들이 궁금해
나는 전사가 되었어요 오늘은 12월의 마지막 날
저 새의 혈액형을 알아다 주세요
내가 사랑하는 돌고래의 혈액형
귀여운 펭귄과 신비한 늙은 코끼리의 혈액형
아카시아잎 오물거리는 푸른 자벌레의 혈액형
기린과 오로라의 혈액형, 나를 홀리는 모든 존재들의 피가 궁금해
어젯밤 씨실리에 떨어진 운석에 묻어 있는
얼음 종족의 당신의 혈액형도 알려주세요
당신에게 헌혈할 수 없어 안타까워요
오늘은 12월의 마지막 날
내게 남은 몇번째의 12월인지 알 수 없으니 건배!
팔만사천가지 혈액형이 반딧불처럼 발광하는
13월을 불러줘요 내 피를 마저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