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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rise304님의 서재
  • 낭만식당
  • 박진배
  • 18,000원 (10%1,000)
  • 2024-05-30
  • : 345


낭만식당... 음식 에세이란 걸 눈치채고 얼른 오븐엔조이 서평단 모집에 신청했다.


짧은 에세이 40편을 담은 에세이집이라 술술 읽힌다. 원한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푹 파묻혀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도 좋다. 아니면 기분 내킬 때마다 원하는 꼭지를 펼쳐 후딱 읽을 수 있으니 에세이집만큼 읽기 편한 책도 없다.


『낭만식당』은 에세이 20꼭지씩 두 챕터, 총 40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 ‘미식가의 여정’에서는 저자가 세계 각지의 레스토랑에 방문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장이다.


첫째 장이 장소를 소개했다면, 둘째 장 ‘맛, 사람, 문화’에서는 음식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피자, 햄버거, 베이글부터 이제는 잘 알려진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까지 각종 음식에 얽힌 스무 가지 이야기를 소개한다.


우선 책 표지를 들여다보면 유럽 노천카페에서 음식을 즐기는 손님들이 보이고, 또 서버로 추정되는 사람이 손님들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제대로 받았는지 또는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둘러보고 있는 걸 테다. 이 모습을 잘 기억해 두자.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유럽 식당 혹은 카페에 가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물론 인종차별이 없을 순 없겠지만, 보통은 문화를 잘 알지 못해서 비롯한 오해인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유럽 서버들 나름대로 머릿속에 정해 둔 순서가 있는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그 기다림을 견디지 못해 결국 마음 상하고 마는 것이다.


레스토랑은 하나의 멋진 무대다.


레스토랑은 멋진 무대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서의 손님들의 경험뿐 아니라 레스토랑의 전반적인 생태계를 잘 아는 듯 보인다. 뉴욕 FIT(패션 공과대학교) 교수,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인테리어 디자이너, 식당 오너, 식객 혹은 미식가. 모두 저자를 대변하는 말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수많은 레스토랑을 가 보고 또 직접 운영했기에 레스토랑에서의 특별한 경험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레스토랑은 마치 연극 무대와 같은 공간이다. 직원은 배우, 고객은 관객, 주방은 무대, 음식과 디자인은 소품, 서비스는 대사다. 그러므로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은 한 편의 멋진 공연을 관람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 고객이 자기 취향에 맞춰 메뉴를 정하고 앞에 놓인 접시에 담긴 음식을 즐기는 것처럼 레스토랑에서의 경험도 달라야 한다. 비일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레스토랑은 고객에게 마술을 선사해야 한다. 하나의 극장, 한 편의 공연이기 때문이다.(p.10)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듯이 영국 최고의 특급호텔 리츠(Ritz)에서는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 해 전 런던을 방문했을 때, 한 번의 럭셔리 경험을 위해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한다는 리츠에서 묵었다... 호텔의 다른 공간도 둘러보다 마주치는 직원들은 한결같은 미소로 인사하며 불편한 점을 묻고, 안내를 자원했다. 그러던 중 레스토랑 서비스 준비를 위해서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전원이 정장 차림으로 꼿꼿이 서서 매니저의 지시사항을 경청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역시 레스토랑의 핵심은 백스테이지에 해당하는 B.O.H(Back of the House)라는 점이라는 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pp.31~33)


호화 호텔의 대명사 런던 리츠를 첫 예시로 들었지만, 고객들의 행복한 경험이란 게 꼭 고급스러운 호텔이나 레스토랑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저자는 지난해 서울에 왔을 때 추억을 떠올리며 신촌에 있는 한 노포를 찾아갔다고 한다. 주인에게 대학생 때 자주 왔었다고 인사하자 “지금에 와서 무슨 1980년대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인상을 쓰고 주문을 재촉했다고 한다. 노포라는 엄청난 콘텐츠를 가지고도 그렇게밖에 장사하지 못하는 주인을 보고 안타까워하며 저자는 말한다.


노포 특유의 분위기는 손님을 끄는 세계 공통의 코드다. 언제부터 열었다는 문구 하나로 그 전통과 일관성에 대한 존경심을 갖기 마련이다. 오랜 세월을 지켜온 흔적이 제공하는 감성과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옛 공간과 시간으로의 감정이입, 한결같이 손님을 환대하는 주인의 마음, 그리고 세대를 어우르는 포용 때문에 손님이 기꺼이 그곳까지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노포는 그 정서를 잃어버리면 모든 걸 잃어버린다.(p.148)


음식만큼 사람을 쉬이 행복하게 해주는 게 또 있을까? 치열한 삶 속에서 찾는 꿀맛 같은 휴식이나 소소한 행복 따위가 없다면 가뜩이나 힘든 인생 견디기 더 힘들 것이다. 그럴 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예술적 체험, 하다못해 맛집에서의 행복한 경험 같은 소소한 기쁨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 레스토랑은 멋진 무대라는 저자의 주장과 낭만식당이라는 책 제목은 바로 이러한 예술적 체험과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사람들이 같은 레스토랑을 또다시 방문하는 이유는 오로지 음식 그리고 좋은 경험 때문이다. 레스토랑은 단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음식을 통해 환대를 베풀고 ‘접객’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성공 요인에 서비스 비중이 크다.(p.282)




『낭만식당』은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긴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우리나라 외식산업 발전의 한계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비록 지난 10년간 큰 발전을 이뤘지만 오직 맛에만 치중했지 레스토랑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의 경험은 등한시되고 있으므로 좋은 서비스가 병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외식산업이 발전하려면 식당과 손님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 우선 식당 주인은 음식만 서빙하면 끝이 아니라 손님이 맛있게 먹는지,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지 세심히 지켜봐야 한다. 책 표지에서도 서버가 손님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지 않았던가.


반대로 손님은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춰야 한다. 또한 직원을 하대하거나 큰 소리로 부르는 등 기본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음식을 제공하는 측과 손님, 양측이 서로 예절을 지켜야 비로소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고, 낭만이 있는 식당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K팝의 영향으로 한식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식당의 위치가 맛은 있지만 서비스는 형편없다는 중식당에 가까운지 아니면 세계 최고 음식 반열에 있으면서 레스토랑에서의 경험을 일류로 끌어올린 프렌치 식당에 가까운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2장에 등장한 재밌는 구절을 덧붙이며 『낭만식당』 서평을 마친다.


스팸은 미국 식문화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값이 싸고 과잉 공급으로 다소 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코미디 소재로도 종종 등장하며 정크메일의 대명사로도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 중 한 번도 스팸을 먹어보지 않은 이도 많다... 스팸의 유행은 전쟁과 관련이 깊다. 간편한 군용 식량이었던 까닭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함께 싸웠던 병사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1970년대 스팸이 진열되어 있던 도깨비시장의 풍경은 이제 옛 기억이 되었지만 여전히 도시락 반찬으로, 부대찌개의 재료로 인기가 높다. 매년 추석과 구정에 볼 수 있는 스팸 선물 세트는 어김없이 높은 판매를 기록한다. 그리고 이는 종종 미국 신문에서 해외토픽으로 소개될 만큼 신기한 현상으로 비친다.(pp.203~204)


*본 서평은 네이버카페 오븐엔조이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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