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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와 미로
  • 십계
  • 유키 하루오
  • 15,120원 (10%840)
  • 2024-07-08
  • : 2,948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미스터리의 절대 원칙을 깨트린 문제작. 열린 공간 속의 심리적 밀실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전작을 뛰어넘는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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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버지의 유산으로 남겨진 섬 에다우치지마. 리조트 개발을 위해 섬을 찾은 이들은 평화로운 시찰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마친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부동산 회사 직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며 섬은 순식간에 살인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현장에 남겨진 것은 범인의 기이한 메시지뿐. "사흘간 섬을 떠나지 말 것, 그리고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범인은 열 가지의 계율, 즉 ‘십계’를 제시하며 이를 어기지 않으면 모두를 살려 보내겠다고 제안한다.

범인은 분명 이 안에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가장 금기된 행위는 바로 추리다. 추리 소설의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이 불길한 거래 앞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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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것이 기존의 ‘클로즈드 서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는 점이다. 보통의 고립된 섬이라면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되고 태풍이 불어 닥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곳은 스마트폰 감도가 양호하고 날씨마저 화창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음에도 인물들은 스스로를 섬에 가둔다. 그것은 물리적인 감옥이 아닌 ‘규칙’이 만든 심리적인 감옥이다.

이 소설의 백미는 바로 ‘강제된 무기력’에 있다. 독자와 등장인물 모두 범인을 잡고 싶은 욕망을 거세당한다. 생존을 위해 의심을 거두고, 질문을 삼키며, 범인의 계율에 복종해가는 과정은 마치 스톡홀름 증후군을 앓는 인질들을 지켜보는 듯한 서늘함을 준다.

사흘이라는 시간 동안 공포는 순응으로, 순응은 점차 공범 의식으로 변질된다. 보이지 않는 범인을 신처럼 떠받들며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은 잔혹한 사회 실험을 방불케 한다.

전작 <방주>만큼의 폭발적인 충격보다는, 책을 덮고 난 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그들의 침묵을 다시 심문하고 싶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며 다음 성서 3부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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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은 된다. 날씨도 좋다. 그렇지만 여기서 나갈 수는 없다.” -p.120

닫힌 공간이 아니라 닫힌 선택. 이 짧은 문장은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장르의 정의를 뿌리째 흔드는 결정적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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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전반에 깔린 조용한 복선들이 결말의 반전과 만났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는가?

🔦 우리는 자유로운 일상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규칙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 생존을 이유로 판단을 멈추고 침묵하는 순간, 그 도덕적 책임은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 이 섬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든 것은 범인인가, 아니면 공포에 굴복한 사람들 자신인가?

#십계 #유키하루오 #블루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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