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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와 미로
  • 사막의 바다
  • 이수현
  • 16,020원 (10%890)
  • 2026-02-05
  • : 1,460

기술에 의존해 파국을 외면하려는 인류에게 보내는 묵직한 경고장이자,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치열한 추격전


🕵️ 2056년, 타클라마칸사막의 심장부. 다국적기업 SG는 사막 한가운데 지하 염수를 끌어올려 거대한 호수를 만들고 신종 해조류로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명분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여 기후 재난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는 것. 세계가 이 혁신적인 기술에 환호할 때, 단 한 사람만이 반기를 든다.

SG가 키워낸 천재 해양생명공학자 아이서. 그녀는 이 프로젝트가 사막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인근 주민들을 수장시킬 ‘기만적인 쇼’라고 폭로하며 잠적한다. 이에 SG는 최고의 사이보그 용병 오하나에게 아이서를 찾아내라는 은밀한 지령을 내린다.

인류의 구원인가, 기업의 탐욕인가. 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서, 탄소 중립이라는 화려한 구호 뒤에 감춰진 검은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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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기후 위기라는 무거운 주제를 사이보그 용병과 과학자의 추격전이라는 날렵한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SF 영화를 보듯 생생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메시지는 묵직하고 서늘하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기술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 우리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탄소 포집 기술이 다 해결해 주겠지’라며 면죄부를 사려 하지 않는가. 소설은 기업의 탐욕스러운 ‘그린워싱(Greenwashing)’과 그에 기생하여 삶의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 대중의 안일함을 정조준한다.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가 열리면 누군가는 무역의 호재라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이 모순적인 세상. 작가는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 속에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정말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것은 파국을 잠시 유예하는 마취제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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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옆 나라들은 사막의 바다 프로젝트를 못 미더워했고, 자기 땅에서는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중략) 마침 위구르스탄 정부는 돈이 필요했고, 그러니 모두가 공범이었다. -p.76

어떤 거대한 악행도 혼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혐오 시설은 떠넘기고 싶고 환경은 지키고 싶은 국가들의 이기심과 자본이 필요한 약소국의 절박함이 만나 끔찍한 ‘공범’ 관계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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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이런 신기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희망 아닐까요? (중략) 기술이라는 게 핑계를 제공하는 거죠. 이대로 살아도 신기술이 다 해결해줄 거야, 하면서요.” -p.145

우리는 기후 위기조차 상품으로 소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편을 감수하고 삶을 바꾸는 대신, 기술이라는 편안한 핑계 뒤에 숨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자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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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피가 흘러야 쳐다본다는 거예요. 희생이 있어야만 관심을 갖죠.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안 돼요. 세상에 불공정한 일이 너무 많아서, 그것마저 경쟁해야 하거든요.” -p.239

비극마저 경쟁해야 하는 ‘관심 경제’ 시대의 잔혹한 자화상이다. 수많은 경고음이 울려도 우리는 자극적인 피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이 둔감함이야말로 기후 위기보다 더 무서운 재앙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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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부패 아닐까요? (중략) 전 뭔가에 실망했다고 바로 팽개쳐버리면, 그런 행동이야말로 그 길을 쓸모없게 만든다고 믿어요.” -p.18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는 자포자기가 가장 큰 적이다.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내딛는 작은 걸음들이 모여 결국은 방향을 튼다는 믿음, 그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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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질까?”라는 지독한 무력감을 당신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가?

🔦 인류 구원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특정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환경 불평등’은 정당한가?

🔦 기업의 부패와 기술 발전은 분리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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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막의바다 #이수현 #한겨레출판 #서포턴즈 #턴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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