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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님의 서재
  • 성은이 냥극하옵니다
  • 백승화
  • 10,800원 (10%600)
  • 2023-11-30
  • : 1,776
🕵️ 숙종은 어느 날 능행길에서 노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어린 고양이는 세자에게 다가오는 독사를 덥석 물어 죽음에서 구해내고 숙종은 그 용맹하고도 앙증맞은 존재를 곁에 두기로 한다. 이름은 금손. 애정은 폭발. 문제는 왕의 사랑이 백성들을 들뜨게 하듯 정치판도 함께 흔든다는 점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세자, 고양이를 이용하는 노론과 소론, 고양이의 행방을 둘러싼 의문의 납치극까지. 하필 가장 귀찮은 일만 골라 만나던 포졸 변상벽은 술김에 엮인 사건 덕에 금손 수색 작전에 끌려들고,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묘마마’와 한 조가 된다. 변상벽은 고양이를 찾는 임금의 절박함을 목격하며, 고양이를 짐처럼 여기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결국 금손의 행방은 권력과 약자의 경계에 숨어 있던 음모를 드러내고 변상벽을 예상치 못한 선택 앞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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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종은 장희빈과 인현왕후, 당쟁과 사화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래된 왕의 이미지를 비틀어 애묘인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운다. 치즈냥이를 ‘꿀묘’라 부르고 금손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는 왕의 모습은 권력을 휘두르는 군주라기보다 생명 앞에서 마음이 열린 사람에 가까웠다. 숙종이 왜 금손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이야기 초반부터 선명하다. 작은 고양이가 독사를 잡은 순간부터 왕과 고양이의 관계는 정치보다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역사는 이 장면을 기록하지 않았지만 소설은 그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며 왕이라는 인물의 결을 새롭게 만든다.

한편 변상벽의 서사는 금손을 중심으로 넓어지는 조선의 바깥을 비춘다. 얼자 신분으로 형의 그늘 아래 살아야 했던 상벽은 욕지거리나 하며 살아가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고양이가 사라진 순간 비로소 세상의 잿빛 풍경이 드러난다. 노론과 소론의 끝없는 정쟁, 허기진 백성, 팔려가는 아이들, 도망친 아이들. 이 척박한 세계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묘마마’는 은근한 신성성을 띤다. 먹을거리 하나 없는 아이들의 모퉁이에 고양이를 끌어안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시대의 잔혹한 결핍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그렇게 이 작품의 고양이는 단순한 조연이 아니라 시대를 증폭시키는 렌즈로 작동한다.

정치적 긴장과 인간적 욕망이 뒤엉키는 대목에서 고양이는 양쪽을 오간다. 왕을 따르는 존재는 권력의 증거가 되고, 고양이를 미워하는 세자의 알레르기는 권력을 쥐고 흔드는 명분이 된다. 고양이가 사라진 뒤 변상벽과 쪼깐이, 묘마마가 펼치는 추적 과정은 조선판 버디물처럼 흥미롭다. 곳곳에 박힌 작은 사연마다 웃음과 슬픔이 동시에 깃들어 있어 이야기의 속도가 빠르면서도 감정이 단단하게 남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시대의 틈을 비추며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구조가 이 작품을 단순한 퓨전 사극 너머로 끌어올린다.

읽는 동안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왕이 금손을 돌본 방식이 백성을 돌보는 방식이었더라면 조선의 시간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을까. 생명을 쓰다듬는 손길과 권력을 휘두르는 손길이 한 사람에게 공존할 때 어떤 세계가 가능한지, 작가는 고양이라는 작은 생명으로 그 상상력을 풀어낸다. 꿀묘 금손의 반짝임이 닿은 자리마다 조선의 풍경이 환하게 밝혀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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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향한 숙종의 애정은 왕의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만드는가

🔦 금손을 잃어버린 사건이 변상벽의 시선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 약한 존재를 돌보는 행동은 시대의 정치와 어떻게 충돌하거나 이어지는가

🔦 조선의 정쟁 속에서 고양이라는 생명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 만약 당신이 금손을 찾는 일에 휘말렸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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