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인간의 내일을 계승할 것인가
연수김 2025/09/0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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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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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0) - 2025-08-20
: 14,765
✏️ 멸종 이후의 지도 위에 그려 본 공존의 실험. 타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곧 인류의 최후의 기술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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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 위험에 대비한 비밀 계획 ‘변신 프로젝트’.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혼종 신인류를 만든다. 목표는 단 하나. 어떤 파국이 닥쳐도 인류의 가능성을 잇는 것. 그때 핵전쟁이 일어나고 지구에는 극소수의 인간만 남는다. 그리고 세 종의 키메라가 깨어난다. 방사능을 견디는 신체. 새 질서의 감각. 황폐한 행성 위에서 그들은 생존과 공존 사이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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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두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 작품은 예외였다. 왜 그가 세계적 작가인지 이해가 됐다. 기존 세계관의 실이 은근히 스며 있어 오래된 팬은 반가움을 느낀다. 처음 읽는 독자도 넓은 세계를 단숨에 따라갈 수 있다. 개인적으론 원제인 <키메라의 시간>이 상징을 더 잘 살린다고 여겼다. 다만 시작선에 선 독자에게는 <키메라의 땅>이 더 직관적이다.
갈등의 축이 단계적으로 옮겨 간다. 사피엔스 대 사피엔스. 사피엔스 대 혼종. 혼종 대 혼종. 충돌이 거칠게 번질 때마다 질문이 또렷해진다. 폭력의 유전자는 사라질 수 있는가. 종족 차별은 진화로 지울 수 있는가. 작품은 선악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선택과 결과를 차분히 보여 준다.
이야기의 리듬은 빠르다. 장면은 짧고 선명하다. 그 속에서 윤리의 경계가 흔들린다. 생존을 위해 타자를 배제하면 공동체는 더 약해진다. 반대로 낯선 존재와 언어를 나누면 신뢰가 싹튼다. 소설은 거창한 선언보다 작동하는 장면을 쌓는다. 물과 음식을 나누는 손. 부상을 돌보는 손. 방아쇠 위에 얹힌 손.
세 혼종과 사피엔스의 관계 역시 단선적이지 않다. 어떤 집단은 공생을 택한다. 어떤 집단은 과거를 숭배한다. 어떤 집단은 힘의 논리에 매달린다. 독자는 어느 순간 스스로의 자리도 점검하게 된다. 과거의 상처를 잊지 말자는 다짐과 현재의 공존을 열자는 제안이 충돌할 때 우리는 어디에 설 것인가.
베르베르는 이번에도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시야를 확장시킨다. 키메라는 타자가 아니라 거울이다. 새 종을 이해하는 능력은 곧 우리 자신을 구하는 능력이라는 사실. 이 작품은 그 자명함을 끝까지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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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건 오직 혼종들뿐인 것 같아. 이들에겐 조상도 종교도 없다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이유에서…” (1권 p.223)
전통의 기억은 연대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동시에 증오의 연료가 되기도 한다. 과거의 숭배가 현재의 폭력을 정당화할 때 누가 미래를 대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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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은 잘 지냈지만 그 부모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옛 세대는 뼛속까지 종족 차별주의로 썩어 있고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아요.” (2권 p.175)
세대의 간극은 단순한 취향 차이가 아니다. 공존의 문법을 새로 배우려는 의지의 차이다. 미배움은 혐오로 자라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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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존엄을 지킨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일인가. 타자와 자리를 나누는 일인가.
🔦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는 일과 미래의 공존을 택하는 일. 두 가치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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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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