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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님의 서재
  • 할루인 수사의 고백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5-06-30
  • : 195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죽음 문턱에서 깨어난 수도사 할루인. 그가 선택한 길은 속죄의 순례였다.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끝내 잃어버린 아이. 깊은 과거에 묻어둔 죄는 살아남은 자신을 매일 갉아먹었다. 신과 자기 자신 앞에서 무릎 꿇기 위해 그는 목발에 의지한 채 떠난다. 고행의 여정을 함께한 캐드펠 수사는 그 길에서 마주친 살인사건을 통해, 속죄와 단죄, 기억과 복수의 경계에 선 진실과 조우하게 된다.

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는가. 그리고 과거는 어디까지 현재를 결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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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속죄로 시작된다. 병상에서 죽음을 맞이한 줄로만 알았던 할루인 수사는 기적처럼 깨어난다. 그는 살아 돌아온 몸으로 자신을 괴롭혀온 죄를 마주하러 길을 나선다. 캐드펠 수사와 함께 떠난 그 길은 단순한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이 만들어낸 자발적 형벌이었다.

놀라웠던 건 이 책이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2/3를 넘기도록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처음에 할루인의 추락이 누군가의 살인 계획일 거라 단정하고 수도원내 얽히고 섥힌 원한 관계를 풀어나갈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책은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그건 조용한 로드무비였고, 두 수도사의 마음을 따라가는 길이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엇갈린 사연, 스쳐가는 인연들이 하나둘 마음에 남을 때쯤 마침내 한 명이 죽는다. 그리고 모든 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우연처럼 흘러갔던 모든 장면이 실은 치밀하게 계산된 이야기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나는 작가의 손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 100페이지는 정말 숨을 쉴 틈도 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순례와 살인이라는 전혀 다른 결이 결말에서 절묘하게 얽혀들어가는 방식은 도저히 300페이지짜리 짧은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밀도 있고 견고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할루인의 죄의식에 대한 묘사다. 그는 죄를 고백했지만 고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신의 사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통을 감내하고자 한다. 단죄받지 못한 죄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것이 수도복을 입은 인간의 너무도 인간적인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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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행 없는 사면을 통해 슬그머니 죄를 벗으려는 짓은 용납하지 못해요.” -p.53

고해는 고통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의지로 완성된다. 할루인의 죄는 하나였지만 이 소설은 그 죄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들 각각의 방식으로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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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루인 수사의 속죄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적인’가? 그는 진심으로 신을 향해 갔을까, 아니면 인간인 자신을 벌하기 위해 순례를 떠난 것일까?

🔦 속죄와 구원은 항상 함께일까? 혹은 누군가에게 속죄는 평생 끝나지 않는 고행일 수 있을까?

🔦 책 전반에 흩뿌려진 ‘조용한 복선’들은 어떤 장면에서 감지되었는가? 반전을 예감한 순간이 있었는가?


*출판사 #북하우스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캐드펠서포터즈 활동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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