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집일까 슬픔의 무덤일까
연수김 2025/06/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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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산가옥의 유령
-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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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4-06-25
: 11,260
《적산가옥의 유령》은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책장을 덮을 즈음엔 가슴 깊은 울림이 더 오래 남았다. 외증조모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서른 살이 되는 해에 1년간 그 집에 살아달라”는 유언을 따라 적산가옥에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낯선 이름 ‘가네모토 유타카’. 처음엔 그저 귀신인 줄 알았다. 무서운 존재, 혹은 한 맺힌 망령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읽을수록 가장 오래 마음이 닿았던 인물은 오히려 그 유령이었다.
유타카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학대와 방임 속에서 자란 채 자신을 미워하게 된 아이였고, 사랑을 배우지 못한 채 죽음에 이르렀지만 끝내 해방되지 못한 존재였다. 외증조모 준영과의 인연은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따뜻한 체온이었고, 그 기억 때문에 그는 집을 떠나지 못했다. 유령이 되어도 붙잡고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 했던 존재. 그는 망령이 아니라 수호신이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긴장은 높아지지만,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극도 아니고 생존 스릴러도 아니다. 《적산가옥의 유령》은 병든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그 집에 깃든 공포는 괴물의 등장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의 무게에서 비롯된다. 무섭다기보다 서늘하고, 찝찝하기보다 축축하다.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면 독자는 손끝에 남은 감정의 잔여물과 함께, 자신도 모르게 그 집의 일부가 되어 나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무서운 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떠나지 못한 존재, 혹은 떠나지 못하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게 이 집은 저주의 장소이기보다, 슬픔의 무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마음속 어딘가에 하나쯤은 자신만의 적산가옥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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