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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님의 서재
  • 아바나의 우리 사람
  • 그레이엄 그린
  • 16,920원 (10%940)
  • 2025-04-10
  • : 724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쿠바 아바나의 진공청소기 외판원 워몰드가 주인공이다. 늘 돈에 쪼들리던 그는, 어느 날 영국 정보국 요원으로부터 “이 도시에 우리 사람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는다. 처음엔 거절하려 하지만, 딸 밀리가 승마를 배우고 싶다며 컨트리클럽 가입을 요구하는 순간, 그는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문제는, 그가 보내는 첩보가 모두 ‘가짜’라는 사실이다.

신문 기사에서 본 이름들, 진공청소기 설계도를 ‘무기 배치도’로 둔갑시킨 보고서가 본국에 도착하자 놀랍게도 모두가 그걸 믿기 시작한다. 실제로 전쟁을 막을지 모른다는 기대까지 받으며 그는 점점 깊숙이 빠져든다. 가짜 스파이의 진짜 활약(?)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전형적인 첩보물의 틀을 빌려, 국가·권위·애국·서열·냉전 이데올로기 등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하나하나 조롱하고 해체한다. 진지한 얼굴로 진공청소기 설계도를 분석하고, 존재하지 않는 요원을 감시하고 암살하는 세계. 모두가 진심이지만, 그 진심이야말로 부조리다. 우리가 믿는 체계는 사실 가짜 보고서 하나에도 무너질 만큼 허술하다.

워몰드는 ‘애국심’ 대신 ‘생활비’를 택했다. 그의 이 고백 “저는 돈이 필요했습니다”는 모든 첩보소설의 성스러운 명분을 허문다. 그 순간 그는 비로소 평안해진다.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선택.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더 자주 직면하는 현실이다.

《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스파이라는 환상을 깨는 풍자극이자, 동시에 ‘그럴듯한 이야기’에 기대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냉소적 질문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짜보다 그럴듯한 것에 안도하고 있는가?

#아바나의우리사람 #그레이엄그린 #열린책들
#우주서평단 #우주클럽_문학방

* 열린책들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 @woojoos_story 에서 함께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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