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의 작가로 유명한 데즈먼드 모리스는 동물학자다. 우연찮게 난 이 동물학자의 미술책을 두 권째 읽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재밌는 책이다. 그림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그들과 지인이었던 작가의 경험담과 주변사람들의 증언을 모아 만든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들로 400페이지 가량을 꽉 채운다. 사실 유명인들의 뒷얘기들은 좋아하지 않나... 30명이 넘는 초현실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각각 인물의 할당량이 많진 않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초현실주의는 이성을 배제하고 순수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한 것이다보니 작가들의 사생활도 그들의 작품과 무관하지 않을만큼 퇴폐적이거나 문란한 성생활을 하고, 술판파티를 즐기며 난잡한 생활을 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도 평범하고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인 54년간 자신의 아내와 해로하고 90살에 죽은 호안미로와 같은 사람이 더 위대해보이기도 했으며, 기괴하고 공포스러운 그림으로 의도적으로 피했던 프란시스베이컨은 그림이 없으니 읽을 수 있었다. 지독한 동성애자였던 그의 과거와 억압된 생활을 알고 보면 그의 난폭한 그림들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어쩌면 아이디어 도용한 뒤샹의 샘, 여러번의 시도끝에 자살한 어머니를 둔 르네마그리트, 관음증과 자위중독자, 미치광이 화가 달리, 호안미로와 절친이 된 알렉산더 칼더, 막스 에른스트나 다다에서 넘어와 초현실주의를 열었던 앙드레브르통 등 많은 이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초현실주의 그림에 작가별 호불호가 극심한 편이었는데 그들의 사생활을 보고 나니 호불호는 여전하나 그 작가의 작품이 바뀔 듯 하다. 또한 그런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이들이 어떻게 한 그룹안에서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지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따라 가며 읽다보면 순식간에 책이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