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의 시집, 러시아 랩소디
그리고 강철로 만든 책
혁명과 모더니즘은 러시아 시인들에 관한 1부와 러시아 문학에 대한 사유의 2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목 자체가 굉장히 강렬하다.
혁명의 이미지 러시아는 과거의 영화를 제 스스로 꺼트리고 또다른 불씨를 켜고자 하였으나 제대로 피우지 못한 상태로 현대국가체제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나는 그 정치 역사적 상태를 알아왔지 시와 같은 문학에 자세히 연관지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인 음악가와 같은 예술가들은 격동의 혁명기를 온몸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방향으로 드러내는가보다. 나는 문학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러시아 문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시인과 시를 접하게되어 내게 혁명과 모더니즘은 러시아 문학에 대한 기폭제 역할을 해주었으니 작가 이장욱님께 너무도 감사하다.
2부보다 1부가 더 흥미로왔던 것은 아마도 각각의 시인에 대한 소개와 평가가 있어서 일 것이다. 상징주의의 블로크(상징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게 되었다), 혁명사상이 스며들어 정치적인 마야콥스키, 30년을 살다간 소문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미소년 시인 예세닌, 시인의 존재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는 브로드스키.
특히 마야콥스키와 예세닌, 브로드스키에 대한 글을 읽고 시를 찾아보고 읽어보고 다시 책을 읽고 하느라 평소 읽는 속도보다 더디게 읽혔지만 내겐 상당한 설레임이었다.
브로드스키의 시는 두근거리며 사색하게 만든다.
내겐 러시아가 주는 이미지가 있다.
그 강렬함이 이 책에도 드러난다.
강철로 만든 책이라 했다.
혁명을 일으킨 그들과 그 시대를 지나온 시인들은 얼마나 삶과 예술에 대해 열정적이었는지 강철의 차가움은 없다. 뜨거운 용광로를 거쳐야 강철이 되지 않나.
그저 견고하리만큼 강한 예술과 시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굳어져 강철과 같은 강함만 남아낸 것인 아닐까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시어들의 속내를 읽은 기분이 든다.
시인과 시학, 그리고 미학에 관한 책이지만 철학이 읽히고 역사적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니 혁명과 모더니즘은 다양한 관점이 녹아있기도 하다.
책을 덮고 나니 한 겨울의 페테르부르크를 가볼 이유가 생겼다.
-
마야콥스키가 플래카드를 만들고 생활용품을 디자인한 것은 예술이 실제로‘쓸모‘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예술이 삶과 다른‘미학적 별세계‘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149
거울이 재현하는 ‘헛것으로서의 나‘와 실존하는 나의 존재사이에 입김이 서릴 것이며, 이 입김을 통해 그는 위태로운 자신의 존재성을 겨우 확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