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김중혁 작가의 소설은 끝까지 읽은 게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단편을 제외하면). 그리고 그 이유에는 김중혁 작가 본인도 이야기하는 'sexuality'가 모자라다는 것이 어느정도 차지한 것도 같다.
왜냐면 소설은 연애소설이 제맛이니까-
에세이는 참으로 맛있게 읽었는데 뭔가 '본격 연애소설'이라고 홍보하는 느낌에 이번 단편집은 꼭 읽고싶었다. 알라딘에 분리배송 되는거 맞냐고 생전 잘 하지않는 1:1 문의도 해가며 손꼽아 이 책을 기다렸다.
역시 표지 평론가에 걸맞는 디자인.
나는 블록이 좋다. 레고도 좋고 플레이모빌도 좋다. 그리고 가스파드의 전자오락 수호대 같은 그런 그림도 좋다.
하지만 띠지에 '첫 연애소설집'은 없는 편이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무려 첫 연애소설집인데 사진속의 김중혁 작가는 아들 둘은 있을 것 같은 중년의 삼촌이니까 ㅋㅋㅋ (나는 예전부터 김중혁 작가가 우리 삼촌 같다고 느꼈다.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놀러가면 삼촌이 만화를 그려주거나 삼촌이 그려놓은 만화들을 보고 또 보고 했었는데 아마 그런 추억 때문인걸까?)
자기 전 침대에 엎드려서 이번 단편집의 첫번째 작인 <상황과 비율>을 읽었다. 김중혁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섹슈얼리티가 없다는 말에 발끈했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본격 연애소설'.
그럼에도 웃음기 없이 단호하게 포르노 영화 촬영장에서 1:1:2 와 같은 비율을 이야기하는 주인공 남자. 나는 이 단편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포르노 배우인 여주인공 송미에게 송미 자신도 알지 못하는 각종 순위와 통계치와 비율로 송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황감독이 남자 주인공이라니-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사랑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되는걸까?
아니다. 그냥 생각은 깊이 하고싶지 않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소설 속 세계를 잠시만 엿보고 다시 내 세계에서 잠들고 싶다.
다음 단편도 기대가 된다.
오늘은 금요일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