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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걷는 길
  • [전자책]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 9,450원 (470)
  • 2015-07-10
  • : 977

조금 더 묵직한 내용을 원하고 책을 골랐는데, 다 읽고나니 임경선의 '월요일의 그녀에게'를 기대하던 마음이 나왔다. 학생 시절에는 헛헛한 마음을 여행기로 달래곤 했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나보다 선배 직장인들이 쓴 이런 글들에 위로를 받는다. 임경선 작가의 책과 비교하자면 둘 다 술술 읽히고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글쓴이의 진심이 와닿지만, 임경선 작가는 더이상 '현직'에 있지 않고, 김민철 카피라이터는 아직도 현직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모든 요일의 기록>에 더 마음이 간다.

 

이 책을 읽은 시간과 장소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월요일의 그녀에게>는 퇴근 후 부랴부랴 대학원 수업을 가는 길에(바로 가도 지각을 겨우 면할까 말까인데 그 날은 어쩐지 서점에 들러 이 책을 샀었다) 이 책을 사들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서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니, 이렇게 적고보니 이 책도 꽤나 인상적인 구매였구나-) <모든 요일의 기록>은 출장가는 기차 안에서, 그리고 업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될 것을, 태어나서 처음 가 본 도시에 다행히도 익숙한 스타벅스에서 한숨에 끝까지 읽었다. 얼마만에 남편 없이, 쫓기는 업무 없이 가져보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던가.

 

글에서 저자가 자신의 카피라이터 경력이나 그 외 자신이 가진 것들로 조금이라도 우쭐댄다는 기미가 보였다면 아마 이 책 역시 회사 도서관으로 기증해버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없었다. 그냥 자신이 지나간 길을 담백하게 되돌아 보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민철 카피라이터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서른살의 나에게 이 책은,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있지 않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물론 구원받은 듯한 극적 안도감이 아니라 '그래도 괜찮을걸?' 수준의 대답을 들은 느낌.

 

책장이 다 넘어가도록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자의 기록은 지금도 계속되겠지만 언젠가 다시 엿보고 싶은 모든 요일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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