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정한 유전>
-어느새 여성서사의 대표주자로 강화길 작가님 이름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영웅적인 여성, 혹은 강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선한 여성이 아닌 평범한 사람인 여성들의 평범한 이야기. 이 책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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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큰틀은 해인 마을에 사는 학생들이 백일장에 나갈 사람을 뽑기 위해 각자 글을 쓰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쓴 글들이 콜라주 형태로 글 속에 녹아든다. 물 흐르듯 넘어가는 챕터 속에서 이것이 그래서 누구의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피어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곧 중요하지 않게 된다.
-글을 쓰는 대표 주자인 민영과 진영, 그리고 아마 글에 나오는 인물들로 보이는 선아와 지우. 이들의 이야기는 아주 멀어보이면서도 묘한 연결지점을 가지고 있다. 과연 내가 이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 싶을 지점도 나온다. 이런 이야기의 진행을 두고 작가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느슨한 연결'
-이야기속에는 다양한 여성들이 나온다. 가정폭력을 당하고,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질환을 앓고, 평범한 문제에 부딪치고. 그 이야기들이 글 속의 표현처럼 너무 우리의 이야기라 개인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글을 통해 작가님은 말하는 듯 하다. 그럼으로 나는 새 것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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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나오는 것과 다르게 글은 너무나 잘 읽힌다. 연관이 없어보이는 와중에도, 그래서 이게 무슨 글인가 하는 와중에도 각각의 챕터들은 흥미를 당긴다.
-덕분에 책은 금방 읽힌다. 하지만 나는 책을 끝내자마자 다시 앞장을 펼쳤다. 아직 남은 의문점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정말 '나름의 해석'을 얻어냈다.
-감히 이렇게 글을 해석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느꼈다. 이야기 초반, 김지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이것으로 해인 마을의 다정한 유전은 시작되는 게 아닐까. 마치 진영과 민영을 보고 다른 이들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처럼.
-서로의 글을 읽고, 자신의 글을 쓰면서 이들은 저도 모르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살아야했던 여성들, 이름이 지워지고, 자연스러운 학대와 폭력을 삶으로 삼아 살아갔던 여성들. 그것이 당장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도 우리는 그것을 십분 공감할 수 있다. 내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도 언제든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나의 어머니 혹은 나의 친구의 이야기가 된다. 내가 이 글속의 글이 나에게 말을 하고 있다고 느낀 것처럼, 해인 마을의 학생들에게도 그런 것이 느껴진 게 아닐까. 어쩌면 글속의 글이 비극이라도, 너무나 현실이라 잔인할지라도 그 공감으로 그들은 본능처럼 서로에게 글로 용기를 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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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라고 교육받고, 늘 세뇌해왔던 학생들이 결국에는 백일장에 나간 한 명으로 인하여, 그들이 써보았던 글로 인하여 점차 꿈꿀 수 없는 일들을 꿈꾸고 나에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 삶을 찾아 나가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너도 할래?"라며 함께 꿈꾸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희망적인 여성서사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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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의 작은 책 시리즈 중 다른 책들도 이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 책을 덮은 지금, 앞선 작은책 시리즈의 7권을 읽어봐야한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또한, 이유영 배우가 담당했다는 오디오소설도 궁금하다. 그 배우의 목소리와 이 책은 너무나 잘어울린다.
-아르테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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