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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뷰남
  • 굿 라이프
  • 바르바라 무라카
  • 10,800원 (10%600)
  • 2016-06-30
  • : 106

200페이지 미만의 간략한 내용으로 탈성장의 역사와 종류 그리고 허점과 비전을 훌륭하게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번역하신 이명아 선생님의 글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 혹시나 이 책을 읽어야 할까 말까를 고민한다면,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선생님의 글을 읽고, 공감된다면 읽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사회의 그늘에는 생존의 문제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었고, 어떤 행동을 했으며, 그 행동과 이상에 어떤 모순이 있었는지를 기록하여 준 책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상적인 일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직장 동료, 내 가족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고 본다. 사표를 던지고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직장 동료의 삶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경쟁, 불평등, 적자생존 등 성장 위주의 사회가 만든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성장 위주의 사회가 나에게 가르쳐 준 사고방식이 쉽게 변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본다.

 

좀 더 평등한 사회, 좀 더 자유로운 사회를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에서 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고, 복권 등에 당첨이 되어 그냥 속 편하게 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아마 이런 사고들이 성장 위주의 사회에서 내가 배운 사고방식이자 생존방식일 것이다.

 

사회의 주된 가치관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가치관만 믿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로 노동자로서의 나의 수명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를 떠올리면, 지금 일을 하는 내가 나보다 젊고 가능성 있는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몇 가지 어려움 따위는 무시하거나, 견디며 사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런 마음에 얽매여 살고 싶지도 않고, 그런 기억을 가진 채로 죽고 싶지도 않다.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은 창조적으로 태어나 복제되어 죽는다"(인용문이 정확하지는 않다)는 말이 생각난다.

 

삶에 자유와 변화가 없다면 아마도 나는 '복제된 죽음', 즉 '상투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변화는 변화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혹은 변화의 자유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자유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가치관이라면 오늘날 성장 위주의 사회가 그런 변화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탈성장 사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른다. 세속을 떠나는 삶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복지를 강화하자는 이론이거나 사회주의 이론 혹은 지속 가능한 발전 이론의 다른 이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그 모든 것들은 정확한 대답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탈성장 사회는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자신의 인생을 기획하고 서로 존중(연대)하면서 민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은 지난 40여 년 동안 논의가 되어 왔고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개인을 억압하기도 할 것이고, 사람들에게 복제된 죽음을 가져다주는 죽음의 천사일지도 모르겠다.

 

탈성장과 민주주의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 삶의 변화와 행복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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