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우리는 종종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삼키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곤 하죠.
한국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앤솔러지 ‘얽힘’의 네 번째 프로젝트,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바로 그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머무는 자리를 집요하게 탐구해요.
예소연, 전지연, 한정현 세 작가는 현대 여성이 마주하는 일상적 불안과 관계의 균열을 각기 다른 결과 색채로 그려내면서도, 결국 하나의 커다란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얽힘’의 첫 번째 『봄이 오면 녹는』, 두 번째 『가능하면 낯선 방향으로』는 내돈내산으로 재미있게 읽어서 ‘얽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세 번째 『재생 버튼』과 네 번째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좋은 기회로 서평단에 선정되어 다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었는데요.
역시나 다음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얽힘’ 네 번째도 이전과 같이 세 편의 단편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듯한 묘한 일체감을 주고 있어요.
전지영 님의 <나쁜 가슴>은 관계 곳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위화감과 그로 인한 심리적 파동을 섬세하게 포착해요.
‘나쁜 가슴’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 여성의 몸과 마음이 겪는 불안을 응시하죠.
한정현 님의 <가짜 여자친구>는 관계의 허구성과 실재 사이의 경계를 질문하며, 사회적 시선 속에서 우리가 연기해야만 하는 모습들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심을 추적해요.
예소연 님의 <나의 체험학습>은 일상이라는 견고한 벽 아래 흐르는 서늘한 감정들을 드러내며, 학습된 관계 맺기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목소리가 무엇인지 묻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인 ‘금지된 말들’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차단된 언어만을 뜻하지 않아요.
그것은 상대방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혹은 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입 안으로 밀어 넣은 ‘인내의 언어’이기도 하죠.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불안을 안고 흔들리지만, 그 침묵의 시간을 통해 오히려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돼요.
말하지 않음으로써 유지되는 관계의 긴장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지를 증명해요.
침묵은 단절이 아니라, 서로에게 닿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건너는 보이지 않는 다리인 셈이죠.
이 소설들은 ‘불안’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세 작가는 인물들을 무너뜨리는 대신, 그들이 불안 속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지속하고 관계를 복원하려 애쓰는 과정에 주목하죠.
‘말하지 못한 말들이 인물들을 얽히게 하고, 침묵으로 견딘 시간이 이들을 새로운 자리로 이끈다’
이 문장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침묵의 시간을 통과하며 조금씩 변모해요.
그들은 과거의 상처나 현재의 결핍에 매몰되지 않고, ‘불안하지만 잘 건너가려는 마음’을 동력 삼아 다음 페이지로 나아가요.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은 현대 여성들의 내면 풍경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말하지 못한 방’을 위로해요.
전지영 님의 섬세함, 한정현 님의 깊이, 예소연 님의 개성이 어우러진 이 앤솔러지는 한국 문학이 관계의 본질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에게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에요.
그것들은 이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의 삶 밑바닥을 지탱하는 단단한 주춧돌이 되어, 우리가 다음 관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 다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