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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시의 서재
  • 빨간 아이, 봇
  • 윤해연
  • 10,800원 (10%600)
  • 2021-11-12
  • : 532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를 가지고 펼쳐 본 허블 어린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어린이를 위한 책답게 큼직한 글씨와 색채가 선명한 삽화가 눈에 띄었다. 7p에는 이 이야기의 세계관이 짤막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글씨체는 성인이 읽기에도 가독성이 떨어지고 내용은 마치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요약한 것처럼 지나치게 축약되어 있어 SF 장르가 낯선 아이들이 읽고 이해하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반면 이야기는 평이하고 단조롭게 진행된다. '나이스'는 자신이 가진 정보를 확장하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피스'를 만나 동행한다. 둘은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전시관에서 '드림'을 만나고, 여기에 전쟁 로봇 컴뱃의 공격을 따돌리려 전시관에 들어온 '팬스'가 합류한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혹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난다. 그러던 중 팬스는 자신이 사실 '빨간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어 로봇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네 로봇은 지구에 남은 마지막 생명체인 빨간 아이를 찾아나선다.

<빨간 아이, 봇>은 아동청소년을 위한 책인 만큼 세계에 대한 탐구보단 '나'라는 존재의 탐구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읽는 내내 그런 메시지가 두드러지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이스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는 장면은 임팩트가 없고, 모험을 함께한 드림과 팬스는 나이스, 피스와 너무 허무하게 헤어지고 만다. 인류가 사라진 땅에서 새싹을 발견하는 장면은 클리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뻔했다.

'엄마'나 '자궁' 등의 단어는 유독 이질적이었다. 아무리 동화라지만, 허블이라는 출판사의 정체성은 SF에 있지 않은가. 기성 소설에서는 끊임없이 가족의 개념과 모성신화의 해체를 시도하는데, 로봇을만든 창조주가 곧 자궁에 아이를 품은 엄마라는 식의 동일시는 너무나 고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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