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히건데 나는 공지영 메니아이다.
그녀의 책이라면 일단은 무조건 사고 보는 편이다.
무거운 내용을 편안하게, 가벼운 내용을 가볍지 않게 쓰는 그녀의 능력에 시샘하기도 하고, 같은
시대를 살면서 겪은 아픔을 글로 써내는 그녀의 사회의식에 박수를 보내곤 했다.
우행시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 사형수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 주었으며 즐거운 나의 집
을 통하여 자신의 아픔을 대중 앞에 담담히 내놓는 그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즐거운 나의 집에 나와 친숙한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 설명에 기대감이 더해지긴 했지만 그
게 아니라도 구입하고야 말았을 산문집을 받아보곤 상당히 실망했다.
그 첫번째는 너무 비싼 가격에 실망했다. 여러 상황들이 책값의 상승을 부추키고 있긴 하지만, 그
녀의 브랜드가 가지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다소 비싼 가격이었다. 특히 양장본을 통하여 책값 상승
을 주도하는 출판사의 얇팍한 상술이 이 책에도 손을 뻗쳤다 싶으니 은근히 심술이 난다.
둘째, 고가라 할지라도 내용이 그것에 대한 실망을 커버할 수 있었다면 괜찮았을 것을...
왠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일상적인 편지라는 느낌보다는 책 출간을 위한 작위적인 글이라는 느
낌을 받는 것은 나 혼자 뿐일까? 의심이 갔다. 평소 공지영이 위녕에게 일상의 문제 하나 하나를
담아 편지를 쓸 때 정말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셋째. 사실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는데, 책의 반이상이 다른 사람의 쓴 글을 인용해
서 채웠다는 느낌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는 책에 남의 글이 이렇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도 되는지, 저작권 문제에 걸리지는 않는지, 사전에 그런 부분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상당히
의아스러운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의 글과 그에 대한 그 사람의 의견이 빠지면 책의 분량이 반이상
이 줄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할 수는 있지만 이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인하여 내가 가지고 있던 공지영이라는 작가의 브랜드 가치에 상당한 흠집이 났다.
많이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