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될 수는 없지만 리본은 될 수
있겠죠
-손님에게 정성스레 내놓은 밀크티 같은 소설

리본은 새입니다. 할머니 스미레와 손녀 히바리(종달새라는 뜻의 이름)가 알부터 키워낸 새입니다. 그냥 키워낸 것도 아니에요. 스미레는 알을
머리카락 속에 며칠이나 품었습니다. 스미레는 젊었을 적 샹송가수였습니다. 알의 태교를 위해 큰마음 먹고,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지켜 알 위치를 바꾸는 일은 히바리의 몫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오게 된 건 리본 때문이었습니다.
어느새 보니 그 주위에 돌아가며 균열이
생겼다. 어쩌면 이렇게도 예쁘게 선이 생기는 걸까. 누군가에게 배운 것도 아닐 텐데, (생략) 47쪽
알을 깨려는 리본을 보며 히바리가 하는 생각입니다.
히바리는 어리지만 내가 아닌 어떤 것을 사랑할 줄 아는 겁니다. 리본을 보며 존재 자체로 예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낍니다. 알에 간 금마저
예쁜 리본은 이름처럼 스미레와 히바리 사이를 묶어줍니다. 두 사람은 서로 덕에, 리본 덕에 더욱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리본이 두 사람을
떠납니다. 세상 밖으로 날아갑니다.
밖으로 날아간 리본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요. 뭐가 없고 어디가 아픈 사람들일까요. 그들은 리본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요. 그 답례로 리본은 어떤 위로를 건넬까요. 그리고 당신에게는요?
바나나가 웃어서 나까지 웃고 싶어졌다.
왠지 모르겠지만. 소리 내서 웃다 보니
눈물이 나서 나는 울면서 웃었다. 웃으면서 계속 울었다. (생략)
“고맙다.” (132쪽)
<<바나나 빛 행복>>은
리본이 스미레와 히바리에게서 받은 것을, 모두에게 나눠주는 이야기입니다. 싱그러운 바나나빛 행복과 사소하지만 조그만 위로를 세상에 전염시킵니다.
“이리 오렴!”
한 번 더 큰 소리로 불렀을 때였다.
할아버지 나무의 가지 사이로 노란 새가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잠깐이었지만, 확실히 보았다. (343쪽)
리본은 새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멀리 떠난 옛
친구일 수도, 은퇴한 가수가 부르는 샹송일 수도, 손님에게 정성스레 내놓은 밀크티 한 잔일 수도, 어쩌면 이 소설일 수도
있겠네요.
리본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에게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당신은 리본을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새는 될 수 없지만 리본은 될 수 있겠죠.
리본이 궁금하다면, 누군가의 리본이 되고 싶다면 당신이 이 소설을 읽으면 됩니다.
우리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 리본으로 영원히
연결되어 있을테니까. (347쪽)
저한테는 이 소설이 리본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