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내가 가질게》는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보윤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약 3년에 걸쳐 다양한 출판사의 문예지를 통해 발표한 소설 7편이 한 권에 모여있다. 그중에는 2023년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 현대문학상 수상작 〈어떤 진심〉, 김승옥문학상 수상작 〈완전한 사과〉가 함께 한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각각 별개의 이야기처럼 읽히지만 진행될수록 시공간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마다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다양한 관계성 범죄에 연루된 삶들을 담았다. 내용을 상세히 서술하기에는 너무나 괴로워 넘어가겠다.
먼저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술 방식이다. 객관적인 상황보다 인물들의 심리를 먼저 보여주어 처음에는 그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상상하며 읽어 나가게 된다. 일인칭 시점으로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이 흡인력을 더한다. 이윽고 독자의 시야가 인물이 놓인 상황과 사실까지 확장된 순간,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 강렬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나도 모르게 앞 페이지를 황급히 휘적인다. 그 순간 등장인물이 겪은 트라우마가 훅 거리를 좁혀온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단편을 엮은 순서이다. 발표 순서도, 극 중 시간 순서도 아니다. 그래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은근하게 냄새만 풍기던 진실이 책을 덮을 때가 되어서야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충격과 슬픔을 곱씹으며 한동안 비통함에 잠기게 된다. 트라우마 극복 과제를 홀로 진 채로 2차, 3차 가해와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된 피해자의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지 깊이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독자 또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고도 뉴스로만 접하는 이야기라며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불편한 부분을 건드린다. 트라우마가 내 일이기도 하다고 느끼게 하려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좋은 책이다. 마지막에 실린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해설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 속 남의 이야기로 방치해두지 않는 것, 학대와 폭력의 심각한 결과가 바로 지금 나, 우리, 여기 있는 모두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 문학의 임무임을, 안보윤은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분명히 선언한다.(<당신의 마지막 안전지대는 어디입니까―트라우마 이후, 상처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문학의 힘>)
접힌 부분 펼치기 ▼
이하 사족.
나는 한국문학과 매우 어색한 독자다. 내가 경험한 한국문학은 교과서에 실려서 시험을 위해 읽고 분석한 본문 발췌가 전부다.
그리고 나는 사실 한국문학의 날카롭게 벼려진 날 것을 싫어한다. 글을 읽는 동안 정신적 피로와 손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빠지는 순간 저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어김없이 숨이 조여왔다. 그 삶의 무게가 내게도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문학에 대한 경험의 대부분이 이러하니 점점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한국문학에 도전한 이유는, 좋은 한국어 문장을 쓰려면 좋은 한국어 문장을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중하게 책을 골랐다. 줄거리와 추천사를 읽으며 그나마 정신적 타격이 덜할 거 같은 책으로 골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 잘 쓴 글, 좋은 문장, 새롭고 낯선 표현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정신적 타격은 극심했다.
화자의 처지를 이해하니 미칠 것 같았다. 결국 도중에 책을 접고 SNS에 끄적였다. ‘한국문학 읽다가 정병 올 거 같은데 이거 맞나요.' 그리고 다음 순서에 두었던 정유정의〈종의 기원〉을 밀어두었다. 지금 내 정신건강에 썩 좋지 않을 듯해서, 독서 리스트를 재정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