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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D님의 서재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 11,970원 (10%660)
  • 2024-01-17
  • : 14,898

이 책은 〈실버 센류〉 입선작 모음집이다. 〈실버 센류〉란 일본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의 주최로 2001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는 센류 공모전이다.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노년 세대의 생활상과 마음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나이는 20대부터 80대, 사는 곳도 일본 전역으로 폭이 매우 넓다. 센류(川柳)는 5·7·5조 운율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이고, 일상생활을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다룬다. 책 제목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도 〈실버 센류〉입선작 중 하나이다.


책의 디자인을 보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우철 제본으로 만들어진 점이 눈에 띈다. 센류의 세로쓰기 형태를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표지의 제목과 부제도 오른쪽부터 세로쓰기로 적혀있다. 본문 역시 세로쓰기이며, 중간중간 색연필로 그린 듯한 삽화가 있어 몰입도와 정겨움을 더한다.


본문인 시들은 노인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경험과 소소한 일상을 전한다. 그들의 입장과 현실이 솔직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응축되었으며, 동시에 재치 있는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또 함께 사는 가족의 시선에서 본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도 있다. 덤덤하게 읽히는 시도 있고, 무심코 허를 찔려 웃음이 터지다가도 마음 한편이 싸해지는 느낌을 주는 시도 있다. “LED 전구/다 쓸 때까지/남지 않은 나의 수명”(7p)이 그 예이다.


아직 그 연령대를 살아보지 못한 독자는 시를 통해 노환과 노인 사회를 엿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부모님, 아니면 어릴 적 예뻐해 주신 이웃 어르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류 사회에서 점차 멀어지고 이내 소외되는 노년층의 삶을 조금 더 내 일처럼 이해하게 된다. 한창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몰두하기 바쁜 청년들에게 잠시 멈춰 가족을 떠올리는 시간을 준다. 개인으로 좁혀진 시야를 넓혀 주어 내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 생긴다. 세대 격차가 크게 벌어진 현대 사회 속에서 다른 세대에게 마음을 여는 첫걸음이 된다.


지금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독자라면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담긴 시에 깊게 공감할 것이다. 버겁고 외로운 현실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시를 읽고 잠깐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감하면서 감정이 정화되고,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된다.


일본어와 일본 문화, 특히 센류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번역된 센류를 보고 5·7·5조 운율에 맞는 원문을 추리하며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번역을 거치면서 그 형태는 사라졌지만, 의미를 음미하면서 원문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번역을 공부하는 독자에게는 ‘나라면 이 표현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만한 좋은 예문이 되리라.


일본어나 일본 문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한국어 표현으로 운율이나 대구를 맞춘 부분 또한 돋보인다. 일본어의 특징을 활용한 언어유희가 쓰여서 배경지식이 필요한 내용은 역주와 원문 병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노인의 사랑/반했든(惚れる) 노망(惚ける)이든/한자는 같다”(69p)가 그 예이다.


비슷한 주제로 한국 노년 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책인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성백광 외, 문학세계사)도 읽어볼 만하다. 이 책에는 형태 제한이 없는 자유시가 실려있어, 아름다운 고유어 표현과 더불어 해학의 민족이 가진 긍정과 미학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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