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쓰레기를 분리할 밖에
바당구 2024/11/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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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바다의 고독 + 강 죽이는 사회 세트 - 전2...
- 이용기.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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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 2024-10-11
: 1,196
병에 붙어 있는 스티커도 굳이 깨끗이 떼고, 플라스틱에 붙어 있는 비닐은 오려서 배출한다. 하루 날잡고 이렇게 쓰레기를 배출하는데, 내가 처음 분리수거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월에 갔을 땐 여행, 8월에 갔을 땐 살러 제주도에 갔다.
일회용컵에 커피를 채워넣고 바닷가에 갔다가 쓰레기 버릴곳을 찾아보니, 오늘은 플라스틱을 버리는 날이 아니란다. 토요일이었나보다. 그러곤 이런 복잡한 쓰레기 수거 시스템 때문에 저 바다 위에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거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리고 4개월 뒤에 발령난 제주에서 이 ‘쓰레기 배출’로 나는 꽤나 고생을 했다.
출근하는 오전6시에 쓰레기들을 한보따리 들고 클린하우스에 갔더니 굳게 닫혀있던 문을 보고 망연했던 기억도 난다. 어쩔수 없이 트렁크에 싣고 출근을 했지.
제주의 클린하우스는 오후3시부터 오전4시까지만 열리는데, 그것도 봉지는 목요일 페트병은 월수금으로 요일이 정해져있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쓰레기가 1주일 이상 쌓이는건 예사다.
살아보니까 복잡한 쓰레기 수거 시스템은 이해가 됐다. 이미 관광객들이 버리는 너무 많은 쓰레기를 도민들이라도 각자 처리해 버려야 청결이 어느정도 유지가 됐던 거다. 그러곤 관광객들에 대한 분노도 덤으로 심어졌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버리는 사람 따로 있냐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오손도손 쓰레기 버리는 날들을 서로 챙기는 일상이 자리잡는 것이 싫지 않았다.
<강 죽이는 사회> <바다의 고독>을 읽으면서 제주에서 느꼈던 괴리가 떠올랐다. 현실을 알지 못하면 지금 있는 곳이 불타는 줄 모르고, 춤을 추게 된다. 피부에 와닿는 비유들과 정확한 수치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사실은 불구덩이라는 것을 화인시켜준다.
표류하는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냐는 이 순진한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적이었다.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으로 간단다”
그렇다. 이 모든 쓰레기와 피해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그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물론 가해자 피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것이 아니다. 강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도 많은 중금속이 발생하고, 양식장을 운영하는 것도 바다에는 나쁜 영향을 끼친다. 원인을 파고들자면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환경정책이나, 환경부의 직무유기 등 그저 인간 존재가 전부 죄다, 싶은 마음이 쉽게 올라온다. 착잡해진다.
여기서 끝나면 이책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2023년 1월까지 낙동강에 잠시나마 새들이 돌아왔던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또 바다를 살리는 방안으로 필자는 ‘어업 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제안한다(태국에서 운영중인 어민,어획 등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런 통합관리 시스템은 지금처럼 (후쿠시마 오염수)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무를 썰어야 한다- 당장은 번거롭더라도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미래를 위험하지 않게 만드려면 말이다.
자신의 생계처럼 이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이야기를 엮어낸 #이용기(바다의고독) 님과 #정수근(강죽이는사회)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맙다. 당장엔 환경부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지만, 이런 이야기가 사회 저변에 넓혀졌을 때 세상은 바뀔테니, 나는 그때까지 열심히 플라스틱 통 대신 샴푸바를 쓰고 비닐에 붙은 가격표를 잘라내 배출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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