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바당구님의 서재
씨유!
바당구  2024/06/20 10:49
  • 씨 유 어게인
  • 서연주
  • 16,200원 (10%900)
  • 2024-05-27
  • : 952
보통 자신의 불행이 가장 크고, 온갖 서사가 덧대어져서 ’이 불행은 누구도 이해못할 특별한 것‘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그녀의 행운은 그 불행을 그저 넋놓고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 환자이기 이전에 ’의사‘로서 자신의 책임을 잊지 않았다는 점인 것 같다.
불행에 파묻혀 그저 상황을 탓하고 있을 순 없었다.
.
사람을 좋아하고 일을 벌려놓는 천성이 그녀를 잠깐 괴롭히기도 했지만(하나하나 상대하며 상처받는 일, 의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자신의 불편을 드러내지 않은 일)
그 타고난 천성 덕분에 ‘불행으로 받아들이는건 비효율!’이라고 단번에 ‘탓하기’를 그만두었다
.
의사일 때 환자들에게 숱하게 일러둔 체크리스트를 자신이 환자가 되면서 까먹거나(그렇게 수술이 미뤄지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을 때 (합병증이 찾아왔을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해야했던 것,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자신도 억울한데, 주변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명해줘야할 때. 꽥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에 그녀는 수없이 자책했다.
.
이책은 ’의사인 그녀‘라서 가능하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정말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혼신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함께‘라서- 이 명제를 꼭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
”나는 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기 확신에 대한 결핍과 끝없는 존재 증명 욕구에 시달리는 그저 한명의 연약한 존재였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에 마구 휘청이는 나라는 인간의 한계는 온통 하찮음과 허무함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런 나를 일어서게 해주는 건 돈이나 명예가 아닌 사람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세상을 사는 일은 절대로 혼자서 가능하지 않음을, 언젠가는 혹은 꽤 오래 타인의 도움과 배려가 있어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본문 124쪽

.
내가 죽지 못해 살았을 때, 아다리가 맞아서 기절한 적이 있다. 숨이 가빠지고 스르르 눈이 감기길 반복. ’드디어‘라는 생각이 들 때. 내 곁을 지켜준 이들의 간절함을 목도하고, 그동안 시큰둥한 내게 집요하게 건넨 말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실없이 농담하며 줌바 시범을 보여주는 작가님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지금까지도 살아가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사람들 때문이다. 단순하게 ’휴,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
여전히 자책 속에서 살아가지만, 책을 읽으면서 어떤 불행도 개인에겐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하고, 무거운 것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었고, 나를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고 1일차, 2일차 하루하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기승전결 따위, 안일한 회복이라는 시나리오를 비웃듯이 스펙타클했고, 그 불행의 연속이 어지러울 쯤, ’와 나라면..‘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상스럽게 말하면, ”야 씨 나 놈은 살만하네“
.
수술을 앞둔 그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고통이지만, 그녀의 용감한 도전기에 고마움을 전한다.
.
tmi. 표제가 진짜 찰떡이다.
새로운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한다는 의미와 다시 두눈으로 봤던 세상을 그리워한다는 의미가 중의적으로 나타나서, 책을 덮고 표지를 가만히 보기도 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