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치 미츠루하면 스포츠를 소재로 한 청춘 남녀의 연애물이 떠오르고 가장 많이 다뤄지는 종목은 야구가 아닌가 싶다.그리고 야구를 소재로 한 작품 중 대표작은 터치이지만 개인적으로는 H2를 더 좋아한다.아마 더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사연, 그리고 다양한 사건의 복선이 치밀하게 다뤄지기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상하게 터치는 진도가 안 나갔던 기억이 난다.다시 읽어 보면 다르려나??)
최고의 투수 히로와 최고의 타자 히데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히로와 단짝 친구였지만 히로의 소개로 히데오의 여자친구가 된 히까리, 마지막으로 히로와 같은 고등학교 친구인 하루까. 이렇게 4명의 히어로(남자주인공)와 히로인(여자 주인공)이 갑자원을 목표로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고 야구부 없는 학교로 진학한 히로는 야구부 창설을 통해 갑자원을 노리고 강력한 타자층을 보유한 학교로 진학한 히데오 또한 갑자원을 목표로 한다. 물론 이 둘 사이에는 히까리가 미묘한 위치에서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낸다. 어릴 때부터 늘 함께 했고 늦게 키가 커서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히로와 그가 이미 다 큰 후에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된 히데오 이 둘 사이에서 어쩔 수 없지만 한 마디로 쉽게 단정짓기 힘든 감정을 작가는 섬세한 그림체와 복선으로 은은하게 그려 나간다. 열혈 청춘 야구만화를 표방하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상큼하고 잔잔하며 조용하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혹자는 러프를 아다치 최고의 작품으로 손 꼽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H2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물과 그들 개개인의 사연, 4명의 남녀 주인공을 등장 시킴으로써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영역이 더 넓어진 탓이 아닐까 한다. 1권을 사면서도 잘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는데 다 읽자마자 후회했다. 진작 살걸...왜 이제야 샀을까 하면서...
만화토피아라는 책에서 오은하 작가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가 한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내일의 조와 같이 처절한 주인공이 아니라 구름에 달 가듯 무심한 주인공을 선호하는 시대로 말이다.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의 내면이 가볍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리라. 드러내지 않을 뿐 이들의 내면은 누구보다 깊고 잔잔하면서 쉽게 변치 않으니까. 수많은 명장면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걸 보면 이 작가는 오직 만화라는 장르에서만 가능한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삭막한 일상을 잠시 잊고 말랑말랑한 청춘의 감수성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한다. 뜨거운 여름. 갑자원의 계절. 점점 더워지는 요즘 H2를 읽기에는 제격인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