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인들의 삶을 주를 이루던 1,2,3권과는 달리 4권은 내용의 중점이 메이지 시대 싹 트기 시작한 사회주의 운동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다른 서양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빈부 격차가 심화되자 당시 독일,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이론이 들어 오면서 무정부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정부는 이를 예의 주시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 방식은 경찰을 통한 감시(감시라고는 하지만 늘 따라 다녀서 감시하는 자와 감시 당하는 자 사이에 친분이 생길 정도다.)와 출판물 금지등 여러 가지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사회주의 혹은 무정부주의자들 중에서도 당연히 온건파와 급진파가 나뉘게 되고 그런 와중 급진파가 제도권 내에서의 이성적인 타협이나 투표보다는 투쟁을 통한 의지 표명이 단기간에 목표 달성에 더 적합한 수단임을 주장하고 이 의견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한편 메이지 정부는 러일 전쟁 후 새로운 목표를 상실한 상태였고 힘이 커지는 일본을 서양이 힘을 합쳐 경계할 것이라는 우려에 각종 사상의 확산으로 인한 국내의 분열은 국력 증진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 힘으로 누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새로운 혁명 세력 또한 급진적이 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와중 몇몇 사람들이 천황에게 테러를 가해 그 또한 평범한 인간임을 국민들에게 일깨우고자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실행을 위해 폭탄 제조를 비밀리에 실행하게 되나 계획이 누설 주 공모자들이 체포된다. 그렇지만 정부는 단순 모의에 불과한 이 일을 확대하기로 결정, 실질적으로 별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엮어 피고인 26명 중 24명에게 사형을 선고, 12명은 사형 집행 나머지 12명은 무기 징역에 처한다.그리고 다른 2명 또한 각각 8년과 11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게 된다.
메이지41년 대역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메이지 유신이라는 혁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든 젊은이들이 이제 늙어 자신들이 이룬 국가의 기반이 새로운 사상으로 흔들릴까 두려워 이를 억누른 것으로 저자는 평가한다. 처형 당한 이들은 실제 테러가 아닌 위험한 사상으로 인해 처벌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이는 당시 문인들에게도 불길한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 결국 메이지 정신은 이때 죽어버렸고 결국 쇼와20년의 파국으로 향하는 레일로 올라섰다고 결론 내린다.
한 시대를 이루는 시대 정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정신이 사라질 때 시대 또한 종언을 고한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메이지라는 신 시대를 열었던 주력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막아버리는 보수 세력으로 변했다는 것은 섬세한 감성의 문인들에게 각자 다르지만 실망과 분노 자포자기 등 다양한 여러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4권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문인들 이야기에서 왜 갑자기 사회주의 운동으로 주제가 바뀌었는지 의아했는데 읽고 나니 그 이유가 납득이 될뿐 아니라 문인들이 이 책의 중심이 된 것도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메이지 정신이 죽어 버린 이 상황에 5권은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 될 지 사뭇 궁금하다. 이야기는 다시 나쓰메 소세키 선생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