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라고 하면 맑은 공기와 자연 순박한 이웃 주민들과 함께 하는 평화로운 일상을 꿈꾸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물론 요즘은 실상이 많이 알려져서인지 오히려 귀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도 만연한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수십년 동안 시골에 살면서 자신이 느낀 농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가진 농촌의 환상을 산산히 부숴버린다. 귀촌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게 아니라 냉혹한 현실에 맞서는 투쟁의 연속이라고 설파한다.
시골의 자연은 가혹하기에 토사에 휩쓸릴 수도 있고 농사일은 버겁고 수익을 올리기도 힘들다.의료 시설은 도시에 비해 수준이 낮아 큰 병이 걸릴 경우 위험할 수도 있다. 땅값은 오르지 않아 집을 지어도 제 값 받고 팔기도 어렵다. 거기에 시골은 치안이 좋지 않아 자신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역 사람들의 기질은 실제로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등등.
작가는 시골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활의 공간으로서 직접 맞딱드리게 되는 현실을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기술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 맞설 각오가 있어야만 시골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한편으로는 직장, 학력, 국가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오직 나라는 개인이 가진 생명력으로 온몸으로 부딪혀야 할 현실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만이 오히려 생명 그 자체의 빛을 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수십년 동안 실제 시골에 살면서 본업인 글쓰기와 자기 관리에 매진해 온 작가의 글인만큼 시골의 생생한 현실과 그에 맞서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시골을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라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험대로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스스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도 되지 않을까 한다.막연한 동경과 낭만보다는 이런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을 때만이 오히려 현실을 극복하고 난 후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이지만 글 전체에서 저자의 맑고 투명한 정신이 반짝인다.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으면 좋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