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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거북이님의 서재
  • Stalingrad (Paperback)
  • Beevor
  • 24,230원 (18%1,220)
  • 2007-10-04
  • : 32

2차 대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렇지만 그 전투가 왜 이렇게 유명한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분들이라면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개론서는 여러 권 있지만 이 책은 오직 스탈린그라드 전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니 오직 전투의 양상만 묘사하는 것 같지만 실제 이야기는 독일의 소련 침공 직전부터 시작한다. 당시 독일과 소련의 외교적 관계와 분위기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바로바로사 작전부터 12월 모스크바 공방전에서 밀려나는 모습까지 기술되고 다음해 여름 청색 작전으로 이어진다. 


알다시피 42년도 독일은 피해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했고 41년도처럼 3방향으로 동시에 밀어붙일 힘이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군부는 모스크바를 재공격할 것을 주장했고 스탈린 또한 이를 예상하고 방어에 철저히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히틀러는 미국이 전쟁에 참전, 장기화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프카스 지역의 유전 지대를 장악할 것을 목표로 남부를 침공할 것을 명령한다.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소련의 남부 지역은 순식간에 초토화되고 독일군은 쾌속 진격한다. 이러자 히틀러는 남부군을 둘로 나눠 A집단군은 원래 목표인 유전 지대로 향하도록 하고 B 집단군은 A집단군이 고립되지 않도록 방어를 하도록 한다.( 카프카스 지역 자체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즉 터키 북부지방이라 입구가 닫히면 완전히 고립되는 지형이다.) 문제는 방어를 하기로 되어 있던 B집단군 앞에 스탈린그라드라는 도시가 있었고 히틀러는 이를 지워버릴 것을 명령,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시작된다. 


도심 시가전의 특성상 큰 피해가 예상되기에 포위하려고 한 제6군 사령관 파울루스와 달리 히틀러는 직접 점령을 명령, 스탈린그라드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 당시 독일은 제병합동 전술 즉 기갑부대와 폭격기, 기계화 보병, 포병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적의 전선을 돌파,포위 섬멸하는 전격전(Blitzkrieg)를 구사하는게 장기였는데 공군 폭격으로 도시가 잿더미가 되면서 남은 건물 잔해가 전차 운용을 방해, 결국 보병이 중심이 된 전투를 벌이게 된다.이렇게 되자 소련군 사령관 츄이코프(쥬코프X)는 보병을 최대한 근접하게 붙여 독일 항공기가 폭격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결국 보병과 보병끼리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고 예상보다 훨씬 치열하고 큰 피해를 겪게 된다. 


많은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독일군은 계속 밀어붙여 스탈린그라드 90% 이상을 점령하게 되지만 소련측은 볼가강 동쪽에서 계속 병력을 투입하면서 버틴다. 그렇지만 이상태로는 답이 없는 상황이라 역포위를 제안 스탈린그라드안에 있는 독일 제6군을 측면에서 역포위해버리는 작전을 수립,결국 성공시킴으로써 30만에 달하는 독일 제6군이 포위되고 이를 구출하려는 만슈타인의 겨울 폭풍 작전도 좌절케 한다.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독일군은 항복하게 되고 파울루스는 자살하라는 히틀러의 암묵적인 명령(독일 원수는 항복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원수로 승진시킴)을 거부한다.


수많은 영화와 책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 책이 스탈린그라드를 다룬 가장 대표작으로 손 꼽히는데는 아마 치밀한 조사를 통한 풍부한 내용 그리고 이런 기술을 통해 극한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잔인함과 동시에 인간미를 동시에 보여주기때문이 아닌가한다. 특히 전투에 패하자 추축국 동맹군 사이에서 드러나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자국을 초토화시킨 독일군임에도 포로 수용소로 끌려가는 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소련 여성들의 모습은 인간이란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존재라는 걸 실감케한다. 처절하고도 생생한 전투 묘사와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측면을 세부적으로 기술하면서도 거시적 관점에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건 오직 저자의 뛰어난 안목과 감각 덕분이리라. 한국에서는 이곳에 들어오는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이건 당시 소련 포로 수용소에 걸려 있던 문구였고 원제는 그냥 스탈린그라드이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소설로는 바실리 그로스만의 Stalingrad와 Life and fate 두 권의 책이 있지만 너무 방대한 양이고 전투뿐만 아니라 소련 국민의 입자에서 소련 사회 전반을 다루는 반면 안토니 비버의 이 책은 오직 스탈린그라드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특히 독일군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독일이 겪은 제대로 된 첫 패배인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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