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절을 살아가다 보니 우리는 때때로 너무나도 많은 것들에 쫓기며 버티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더 많은 걸 소유하고 남들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은 놓치기 일쑤이기에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 거 같아요.
이런 분주함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정비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마인드랩(IPKU)에서 출간한 무크지 <지관 : 멈춰서 바라보기>를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한 번 읽고 마는 - 좋은 글귀만 가득한 책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숨어있는 성찰의 힘을 스스로 일깨우도록 자극을 주는 도서이기 때문이에요.
『IPKU 스토리 4』는 "잠시 멈추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 삶에 스며든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시도로, 당연하다고 여겨온 감정들과 습관적으로 맺어온 관계들, 그리고 현실이라 믿어온 내면의 풍경들을 다시 보고자 합니다.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기 위한 작은 쉼이며, 숨을 고르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지금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됩니다.
-p.005 새로운 삶의 IPKU 편집부. 잠시 멈추면,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불교의 고전적인 수행법인 지관(止觀)에서 영감을 얻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잃어버렸던 본연의 평온과 지혜를 찾는 이정표가 되어준다고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중한 경험이 필요한 이때, 잠시 멈추고 바라보면 어떨까요?
이 책의 초입에는 마인드랩의 이사장이자 <지관: 멈춰서 바라보기>의 발행인인 조성택 님이 지관(止觀)이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해두었어요. 평온과 행복을 위한 삶의 기술. 바로 그것이었죠. '그칠 지'에 '바라볼 관'이라 얼핏 그저 멈춰서 바라보는 것만을 떠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눈을 감고 가만히 빈 공간을 주시한다거나 멍 때리는 것과는 다르다는걸,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마음 훈련이나 일종의 명상법이라고 생각하며 흥미를 갖고 책을 열었더랬어요.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 책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지와 관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균형을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과연 내 삶에서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답니다. 우리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분노와 슬픔, 괴로움 등의 감정들을 직면하고 그 마음 사이의 틈새에 들어가 객관적으로 관조(觀照) 할 수 있을지...
저는 이런 지관의 과정이 내면의 평화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제 딸이 바라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 - 그러니까 여러 가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다스리는 그런 경지에 가까워지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느꼈어요.
지난주, 저는 며칠 동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의 고통을 앓았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주 작은 씨앗이었을 뿐인데 그걸 싹 틔운 건 저였더라고요. 가끔씩 제겐 의지와 상관없이 과도하게 밀려들어오는 감정의 파도가 있어요. 주체할 수 없이 허우적거리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을 느끼곤 하죠.
부정적인 감정들은 정말 놀라운 증식력을 가지고 있나 봐요. 하나의 감정이 생기면 꼬리를 물고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의 고통 속에서 올해 봄에 들었던 마케팅 강의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툭하고 떠오르더군요. '부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끊으려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장기화되면 더 큰 상처로 남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인상적인 말씀이셨어요.
이번에도 밀려드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며 저만의 논리로 왜곡된 심리를 하나하나 부숴가면서 결국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의 격렬한 전투는 몸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었더군요. 극심한 두통과 무기력함, 그리고 속이 상해 아팠던 가슴에서는 흉통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당뇨인인터라 혹시라도 이러다가 객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답니다. 그야말로 마음이 만들어낸 감옥에 육체가 갇힌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물을 충분히 마시고 신선한 샐러드를 배달시켜 먹었더니 저를 괴롭히던 통증이 싹 사라지지 뭐예요. 꿈속에서는 잔영이 남아서 시끄럽게 떠들곤 했지만 모처럼 숙면도 했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쉽게 신체화(身體化)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결국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달렸더군요. 어쩌면 제가 무의식중에 경험했던 이 과정이 지관(止觀)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관(止觀)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관찰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도록 하는 삶의 지혜라는 걸 제대로 깨달은 것 같아요.
몸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은 자기 돌봄의 출발점이 됩니다. 감정은 때로는 말로 표현되기보다 몸을 통해 더 먼저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몸이 전하는 작은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들여다보는 건 더 균형 있는 삶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p.159 박수빈. 삼킨 감정, 소리치는 몸, 이제는 들어야 할 때
<지관 : 멈춰서 바라보기>는 우리 삶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안내자가 될 만한 책이었어요. 복잡한 관계 속에서 이름표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면의 지혜를 키우는 계기를 전해주니까요. 어쩌면 지관(止觀)이란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삶의 기술이며, 스스로를 돌보는 치유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책으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잊지 않고 실천하며 성장하길 원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딸이 말하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겠죠.
바쁜 삶 속에서 진정한 자신과 만나고 싶은 분, 마음 훈련으로 평온을 찾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바라보는 성찰의 여정에 <지관: 멈춰서 바라보기>는 큰 힘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