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김달님 작가의 『뜻밖의 우정』은 삶의 보편적인 질문과 함께 독자의 노년을 생각하게 만드는 에세이였어요. 작가는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감성을 담아 멋진 필력으로 담아내었죠.
독자인 저는 노년이라는 시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식하면서 조금씩 책을 읽어 내려갔어요.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미래, 그리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의 오늘을 느끼며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생각, 불안감을 넘어서 삶이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어요.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가 하는 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도 주변의 삶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책의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답니다. 자꾸만 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와서 한 번에 읽기 힘든 책이었어요.
<뜻밖의 우정>은 김달님 작가가 발로 뛰어다니며 만난 수많은 노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에요. 젊은 시절의 열정을 놓지 않고 이어가는 할머니, 열심히 영화를 보는 할아버지 등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는 분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돌봄 서비스로 만나 서로를 의지하는 뜻밖의 인연과 공동체의 모습까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죠. 각기 다른 사연과 희로애락이 페이지마다 스며들어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없었어요.
작가는 노인들을 취재 대상으로 본 게 아니라, 그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중했다는 게 단어 하나하나에서 오롯이 느껴졌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타인의 삶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겪을 미래,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가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속에는 소박하지만 빛나는 인상, 지나온 삶의 회한과 아름다운 기억, 그리고 앞으로의 조용한 기대가 모두 담겨 있었어요. 책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서시가 있다는걸,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 스토리는 계속 이어질 거라는 것도요.
아마 <뜻밖의 우정>은 읽는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인상을 줄 거 같아요. 특히 저처럼 장년층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남의 일로만 느껴지지 않을 테죠. 저 역시 이 책을 읽기가 정말 힘들었는데요, 머지않아 닥쳐올 나의 미래 그리고 여든 살의 저희 엄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면서 묘한 불안감과 희망이 교차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 한 편에서 그늘이 지기 시작했어요. 책 속에 담긴 외로움과, 고통, 고단함이 나의 미래라면, 만일 나에게 저렇게 외로운 노년이 찾아온다면, 그냥 지금 나름대로 평화로울 때 모든 걸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마저 스치더라고요.
지금까지 힘들었던 인생인데, 더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게 정말 내가 바라는 삶인가 하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말았죠. 그래서 중간에 책을 덮고 며칠 동안 가까이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며칠 후, 용기를 내어 책을 다시 읽었어요. 그때 비로소 내가 어떻게 삶을 추구하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운 생을 살다 갈 수 있으리라는 걸 깨달았죠. 책 속의 노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마지막까지 충실히 살고자 노력하고 계셨거든요.
고통과 상실 속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의 품격, 젊은 시절의 꿈을 잊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용기,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우정을 보면서 나는, 미리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지켜나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품은 내면의 힘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나이 듦'을 애써 외면하지 않는 태도였다. 차츰 나는 알게 되었다. 노년에 가장 필요한 마음은 그 변화에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적응해 나가려는 자세라는 것을. -p.76
지금까지 쓰리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뜻밖의 우정>이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내 삶의 의지를 새로이 다지게 되다니... 마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요.
<뜻밖의 우정>은 노년의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에세이인 거 같아요. 지금까지 지나온 삶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 또 지금의 내가 미래의 노년을 만들어 간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나 봐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문장으로 노년의 스토리를 전하는 김달님 작가 덕에, 앞으로의 인생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채울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미래의 나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으며 보듬어주기로 했답니다.
삶의 다양한 면모와 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앞으로 나는 어떤 노년을 만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고 싶다면, <뜻밖의 우정>을 통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정말 따스하고 좋은 에세이니까요.
살아 있는 한, 나 역시 내가 만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때 그 이야기가 바로 지금을 말하고 있었구나"하고 실감하는 날도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p.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