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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픈 날
  • 고양이서점 북두당
  • 우쓰기 겐타로
  • 16,020원 (10%890)
  • 2025-08-15
  • : 1,394

삶이라는 것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하죠. 어쩌면 고양이들에게도 우리 못지않게 각자의 사연이 담긴 생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왜,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물론 고양이의 생명력이 강하고 때로는 원한을 꼭 갚는 동물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 거 같긴 하지만, 어쩌면 아홉 번의 생마다 쌓이는 귀하고 소중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깊은 인연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네요.

우쓰기 겐타로 작가의 신작 소설 <고양이 서점 북두당>은 바로 그 특별한 여정을 떠나는 한 고양이, 쿠로의 아홉 번째 묘생을 따스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고양이 화가 쥬베의 기묘한 이야기>시리즈처럼 이미 등장인물+등장묘는 세팅되어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짐작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쿠로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아홉 번의 삶을 살아낸 그야말로 묘생 9회차 고양이었어요. 그동안 소소한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아픔을 겪어 왔죠. 인간들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탓에 꼬꼬마 시절부터 냉소적이었어요. 저도 관계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었기에, 쿠로의 그런 태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인간에게 음식을 제공받는 걸 거부했던 쿠로는 아주 약간 마음의 문을 열고 북두당에 들어갔어요.

쿠로의 마지막 묘생이 펼쳐지는 북두당은 손님이 책을 한 권 사 갈 때마다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책들이 저절로 채워지는 마법 같은 고서점이에요. 책들이 계속 채워지면서 자신을 원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북두당을 운영하는 기타호시 에리카는 네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말도 알아들어요.


서점은 포근하고 이상적인 분위기이지만, 알고 보면 주술이 걸려있기 때문에 에리카에게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어요. 하지만 서점을 떠난다거나 스스로 창작을 하지 않는 이상 신비로우면서도 미스터리한 공간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말하자면 일종의 저주에 걸려있는 건데요, 왜 그런지 언제부터 그래왔는지는 소설 후반부에 등장한답니다.

소설은 반항적이면서도 냉소적이었던 쿠로가 책방 지기를 맡으면서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어요. 마음을 꼭 닫았던 쿠로가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리고 에리카와 단골인 마도카와 만나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어요. 그리고 쿠로가 에리카와 마도카를 위해서 한 일로 인해 저 역시 가슴 찡한 치유를 받았죠.


<고양이 서점 북두당>을 읽으시기 전, 나쓰메 소세키의 명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먼저 읽는다면 조금 더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이 소설을 미리 읽지 않으셔도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요.

왜냐하면 <고양이 서점 북두당>의 주인공 고양이 쿠로는 나쓰메 소세키가 애지중지 키우던 고양이의 9번째 환생이거든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속 허세 가득한 인간 진노 쿠샤미 선생 댁에 살던 고양이가 아니니까 꼭 읽으실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쿠로가 얼마나 나쓰메 소세키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에리카와 다른 고양이들에게 끝까지 알려주지 않을 정도로 그 이름을 소중히 여겼거든요.


<고양이 서점 북두당> 소설에서는 쿠로의 17년에 걸친 아홉 번째 묘생 이야기와 함께, 북두당의 주인 기타호시 에리카 그리고 초등학생 시절부터 쭉 함께 해온 마도카의 성장기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 편의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어요.

약간 츤데레 경향이 있는 쿠로가 보는 마도카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그들 사이의 유대감도 참 따스했어요. 상처받았던 쿠로의 마음,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현실과 꿈의 괴리, 그리고 에리카에게 걸린 저주 등이 어떻게 치유되고 성장하는지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제 마음도 부드러워지고 치유받는 기분이었어요.

역시 일본 판타지 소설 대상을 수상할 만한 작품이라는걸, 책을 덮고서 한 번 더 느꼈어요. 여운과 따스함이 가슴 한복판에 남아서 잔잔하게 울렸거든요. 바쁜 일상 속에서 치유와 쉼이 필요하다면, <고양이 서점 북두당>을 만나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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