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 읽고픈 날
  •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
  • 김지현
  • 15,300원 (10%850)
  • 2025-03-20
  • : 955

오늘로 8367일째 육아 중인 엄마입니다.

 

그동안 육아를 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 전부다 제 탓인 거 같아서 마음을 졸여왔어요. 그게 신체적이건 정신적이건 원인은 다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많이 괴로웠어요. 임신했을 때 잘못했던 거, 키우면서 못해줬던 거, 좀 더 강하게 키우지 않았던 점 등등이 떠올라서 속상했죠.

 

배탈이라도 나면 전날에 뭔가를 잘 못 먹여서 그렇구나, 얼굴이나 목에 두드러기가 돋으면 침구 세탁 시기를 놓쳤구나 하면서 자책하곤 했어요. D-day 날짜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희 아이는 이미 성인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아픈 건 제 탓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지곤 합니다. 이런 생각이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참 털어내기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마냥 감상적으로 자책만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바로바로 대책을 내놓습니다. MBTI로 따지자면 INFJ 이기는 한데, 거의 INTJ에 가까운 타입이라 언뜻 냉정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속상해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거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일단 바로 대책을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한 후, 미안해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런 성향이기에 아직까지는 아주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고, 그리고 버텨왔던 거 같아요.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나마 어렸을 때는 제가 전적으로 돌보며 케어해야 했지만, 이제는 어른이니까 그렇게까지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이겠죠.

 

저는 혼자서 20년 동안 아이를 키운 입장에서 – 모든 순간이 힘들고 버거웠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불안함을 스스로 처리하고 적합한 케어를 함으로서 지금까지 잘 버텨왔던 거 같아요. 육아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아이가 다쳤거나 아플 때 반드시 냉철해져야 한다는 거였어요. 허둥대거나 당황해서 소리부터 지르거나 하면 오히려 아이가 불안해하니까요.

 

7살 난 아이가 기침이 그치지 않아 피검사를 할 때 채혈이 잘되지 않아 곤란할 때도, 애가 불안해할까 봐 “어머나, 피가 보글보글하네? 콜라 같다 그치?” 하며 농담하고 잠시 밖에 나가 울고 돌아왔었어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쇼케이스를 들이받아 머리에 유리를 뒤집어썼을 때도 일단 다친 데는 없는지 살피고 꼼꼼하게 털어내며 반짝이는 게 트리인 줄 알았다며 농담했고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아토피가 없어지지 않는 걸 보면서 많이도 자책했었어요. 임신한 줄도 모르고 술을 마셔서 그랬을까, 자장면을 많이 먹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애 아빠가 계속 실내 흡연을 해서 그랬을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시기를 보내서 그랬을까 생각하면 끝도 한도 없었죠.

 

김지현의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를 읽으면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떠올렸어요. TV 보며 단무지를 먹던 아이가 갑자기 눈이 돌아가면서 숨을 못 쉬었던 그때, 애 아빠가 옆에서 “얘 왜 이래?”라고만 할 때, “조용히 해.” 한마디 하고서 아이를 거꾸로 하고서 등을 세게 치며 숨 쉬라고 했던 그날. 해결이 된 후 안아서 불 꺼진 조용한 방에서 한참 안아주며 “괜찮아” 했던 일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요. 조금만 주의를 더 기울일걸. TV를 보는 대신 아이를 보고 있을걸... 그런 죄책감이 항상 남아있었어요. 물론 모든 사고를 제가 막아줄 수는 없기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거도 사실이에요. 그렇기에 저는 “참 잘했어”라는 생각과 “조금 더 잘하지 그랬니?”라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갖게 되었던 거 같아요.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도서에요. 저자는 소아과 의사이면서도 두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의 경험과 의견을 이 책에 담아내었죠. 육아를 하면서 건강 문제는 결코 피할 수 없기에 이럴 때 부모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행동은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는 ‘부모의 의연함’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아플 때 부모가 불안해하거나 당황하면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부모가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는 게 좋은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는데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물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같겠지만 뭐가 중요한지는 제대로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책에서는 자녀의 건강 문제를 의학적인 관점으로 그리고 부모 자식 간의 신뢰 소통 문제로도 풀어나고 있어요. 경중은 있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게 되기에 부모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서 정서적인 안정감에 차이가 생긴대요. 정말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이 가득한 책이지만, 역시 부모도 사람인지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역시 고민이에요.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부모가 아이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설명하는 도서에요. 책임감 있는 태도와 환경 그리고 의연한 자세와 소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양서랍니다.

 

육아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생후 8367일 딸을 키우는 엄마인 저에게도 많이 도움 되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