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아니면 누군가가 전할 말이 있어서 현몽하는 신비한 일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거예요. 하지만 대개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해 보고는 그리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죠. 그렇지만, <하품은 맛있다>의 두 주인공은 그러지 못했어요.
가정 형편이 아주 좋지 못해서 생활비와 학비 아니 생존비를 벌어야만 했던 주인공 이경이 있었어요. 이경은 특수청소를 하며 일당을 받고 무겁고 어두운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었죠. 마치 악몽 같은 현실을 살아가던 어느 날, 고독사 현장에서 수많은 스노볼을 발견하고, 소장님의 허락을 받아 하나를 챙겼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운 외모에 재력을 가진 연예인 지망생 다운이 되어 살아가는 꿈이었죠. 아름다운 엄마가 꼼꼼히 케어하며 럭셔리한 삶을 살지만 다운은 그게 싫어서 연예인이 되려고 해요.
다운은 엄마에게 키 작고 못생긴 특수청소부가 된 꿈을 꾸었다고 해요. 즉, 다운의 꿈은 이경이었고 이경의 꿈은 다운이었던 거예요. 만일 스토리가 이렇게만 흘러갔다면 주인공은 이경/다운 중 하나의 삶을 택하는 식으로 결정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하품은 맛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다운은 이경이 스노볼을 발견했던 현장에서 녹아내려 한참 퍼내야 했던 바로 그 죽은 자였어요. 이경은 꿈을 통해 다운의 과거를 보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다운도 눈치채기 시작했어요. 자기의 꿈은 이경이라는 대학생의 미래라는 사실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의 생각과 몸을 조금씩 지배하기 시작했죠. 다운은 엄마에게조차 자세히 설명할 수 없는 꿈을 노트에 기록했어요. 고독사 현장에서 발견된 바로 그 노트였죠. 다운이 이경의 시간을 꿈꾸고 기록하고 나면 현실의 노트에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어요.
이경은 부유한 미모의 대학생인 다운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목격하면서 사건에 말려들어요. 다행히 소장님은 이경의 이런 고민을 이해해 주었고, 경찰 출신답게 함께 사건을 풀어 나가려 해요. 하지만 이경 앞에는 더욱 절망적인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살인자의 쇼핑몰>을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하품은 맛있다> 역시 맛있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결이 상당히 다른 작품이기는 하지만 자연스러운 흐름과 숨겨진 떡밥을 회수하는 실력이 좋아서 흥미롭거든요. 이경과 다운은 꿈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통과하며 어떤 결론을 맺을지 내내 궁금해진답니다.
마무리가 깔끔하여 더욱 만족스러운 소설.
<하품은 맛있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