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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픈 날
  • 검은 옷을 입은 자들
  • 최석규
  • 13,500원 (10%750)
  • 2024-10-02
  • : 446

KTX가 아닌 무궁화호를 타고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잠시 기차를 타고 싶었을 뿐입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하면 정말 먼 여정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함께 하였기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최석규 작가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범죄와 정의 그리고 사적 제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가석방 혹은 형기를 마치고 세상에 나왔을 때 과연 그들은 갱생되었는지, 진정으로 반성을 했는지 종종 궁금합니다.

이와 관련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손이 가는 건 아마도 그들을 그리고 법적 제도를 믿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 소설에는 묵자의 이념을 계승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악행을 저지른 자를 찾아가 한 번의 기회를 주고 거절하면 반드시 죽도록 만듭니다. 마치 마법이나 도술을 쓴 것처럼 대상자는 갑자기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섬망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발작을 하다가 죽습니다.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악과 그를 단죄하는 차악이 한눈에 보입니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다크 히어로나 비질란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결론을 내지 못한 제게는 차악으로 보였습니다. - 사실 그런 자들에게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처단하는 과정들이 나와있지만, 이미 그들은 다양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원 중 하나인 데이비드 권은 묵자를 따르는 사람들을 추적합니다. 딱히 조직의 복수를 하겠다는 건 아니고, 신비한 힘 - 혹은 과학을 자신이 이용하겠다는 야욕입니다.

대전역에서 1부의 씁쓸함을 즐기고 다시 기차에 올라 2부를 열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내용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질만한 스토리였음에도 저는 여기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다음 편은 과연 언제 나오는 것일까... 책을 덮자마자 궁금해졌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가장 고민했던 점이라면 법이 충분히 단죄하지 못한 범죄자를 사적으로 처벌해도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정의는 무엇이고 그의 이름을 빌린다면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사적 제재를 허용한다면 또 다른 범죄가 시작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습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가 만일 피해자의 입장이라도 이런 생각을 할 것인가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저는 조용히 다크 히어로의 편을 들게 되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 은 범죄와 정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주제는 어두웠지만 작가의 필력이 좋은 탓에 책장은 쉴 새 없이 술술 넘어갔습니다. 사실 이 책은 기차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딱 알맞은 도서라는 생각도 듭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 활자를 쫓다 보면 어느새 역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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