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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연여름 외
  • 15,120원 (10%840)
  • 2023-12-22
  • : 269

어린 시절 공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근거리는 꿈을 키우기도 했어요. 하지만 커가면서 주인공인 공주들이 정작 자신의 삶의 주인이긴 했던 걸까 하는 의문을 갖곤 했었죠. 옛날이야기나 동화의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건 저 뿐만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재창작하고 변화를 주기도 하는 걸 보면요.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만 나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불순하게 변형되기도 하고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하니까요. 그와는 반대로 현재를 위한 고찰에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를 대입하기도 해요. 때로는 작가가 전하고픈 생각을 실어서 전혀 다른 스토리로 만들어가기도 해요. 그렇다면,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요?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공주들의 이야기를 한국 여성 작가들이 새롭게 풀어낸 앤솔로지에요. 동화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녹여냈구나~ 풀어낸 거로구나~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잘 모르더라도  스토리라인이 참 좋으니까 새로운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읽어도 충분해요.



스왈로우 탐정 사무소 사건 보고서 : 연여름


엄지공주를 모티브로 한 단편소설인데요,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으로 진행돼요. 엄지공주를 읽었다면 행복을 찾는 데에 제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아실 거예요. 이 소설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엄지, 마야를 찾는 인간 엄마 베이퍼 부인의 의뢰를 받은 스왈로우 탐정으로 등장해요. 굉장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읽다 보면 마치 영화처럼 스토리가 펼쳐지는 걸 느낄 거예요.


측백나무성의 라푼젤 : 배명은


교수님의 댁을 찾아 묵게 된 동해가 겪는 기묘한 이야기로, 호러 단편이에요. 하지만 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읽었죠. 지수라는 여자를 두고 아버지인 교수님은 이미 집을 떠났다고 하고, 용희는 자택에 감금되어 있을 거라고 해요. 이 사이에서 동해는 한밤중에 기묘한 일을 겪고 지수의 행적을 찾아요.



변신 : 모래


신데렐라를 재해석 한 소설인데요, 장의사 종족인 재투성이 족의 공주 신디는 왕위 계승 다툼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지구로 탈출했어요. 콜라비 행성에서 탈출하다가 왕자가 쏜 중성자 기관총을 맞았지만 가까스로 도망쳐 오피스텔에서 기거해요. 지구화 리밸런싱 부작용으로 갱년기 증상을 겪는데요, 제 입장에서는 웃지 못할 각종 노화 증상까지 겪어요. 코믹한 스토리를 통해 다양한 동화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미혼모 백설의 기고 : 문녹주


주인공이 이렇게나 비호감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백설희는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자기 연민이 넘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백인 혼혈 백설희는 성장해 미혼모로서 흑인 혼혈 딸을 낳아요. 그런데, 애 이름이 장난인가요? 자기는 존경하는 바바라 G 워커의 작품인 '혹설 공주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왔다며 아이 이름을 흑설이라고 짓죠. 그리고 백설과 흑설 이야기 에세이를 쓰며 살아가요. 이 스토리는 정말 읽기 싫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속을 파헤쳐 버렸어요. 참, 주인공이 싫다는 뜻이지 글은 상당히 훌륭해요.



산맥 공주 : 이지연


엄지공주를 재해석했지만 끝까지 작은 체구였던 엄지와는 다른 생을 살아요. 설화의 느낌으로 아주 오래전의 몽골, 가상 지역을 배경으로 스토리가 진행돼요. 영웅 설화의 느낌으로 이어지지만 결국에는 슬픈 결말을 맺죠. 커다란 여자 출룬체첵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정말 어딘가에서는 있었음직한 스토리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는 전설을 창조해낸 거 같아요.



고들빼기 공주와 전설의 김칫독 : 류조이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재해석 한 건데요, 보통 디즈니의 알라딘이 유명하니 공주 이름이 자스민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건 애니메이션 버전이에요. 원작에서는 바드돌바우어 공주인데, 디즈니 버전보다도 존재감이 미약한데다가 지니의 램프를 '헌 램프를 새 램프로 교환해 드립니다' 상인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건네주는 사람이죠.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장수민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램프가 아니라 전설의 김칫독을 찾는 모험을 주도해요.



밥도둑 컴퍼니의 안하민 과장과 장수민 대리는 악명 높은 마범수 실장과 대적하는데요, 회사에서 진짜 벌어질만한 이야기에 마법과 같은 요소를 절묘하게 집어넣었답니다. 전설의 김칫독은 아주 오래전 항아리 장인인 '진희'가 만들었다니… 이 소설에 코믹한 요소들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짐작하시겠죠?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에는 공주들을 재해석해서 작가 각자의 표정을 살려서 지은 이야기들이 모여 있어요. 정말 재미있는 소설들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주인공들은 가만히 머물러있다가 끌려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더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SF, 호러, 미스터리, 코믹 등등 다양한 장르가 모여있는 독특한 앤솔러지를 원한다면,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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