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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로움의 습격
  • 김만권
  • 16,920원 (10%940)
  • 2023-12-15
  • : 9,698

<외로움의 습격>은,

 

“왜 인간은 외로운가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외로움이 어째서 더욱 깊어졌나.”

 

를 고찰하는 책입니다.

 

책을 펴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게 느껴졌는데,

읽을수록 푹 빠져들어 독서하는 한때만큼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외로움은 동떨어진 느낌으로, 고독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고독은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감정임에 반해 외로움은 스스로를 좀먹어들어가는 파괴적인 감각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설자리가 없는, 노력을 했음에도 원하는 결과에 다다르지 못하는 - 혹은 다다를 수 없는 - 현실에 좌절하고 낙담하는 감정이 외로움입니다.

 

과연 어떤 사람이 외로울까에 대한 고찰에서는,

 

젊을수록

가구 구성원 수가 적을 수록

일정 소득 이하일 수록

외롭다고 했습니다.

 

결국 소득이 적은 20 대 1인 가구는 외로운 세기를 살아가는 가장 외로운 세대라 하겠습니다.

 

제가 한참 놀기 좋아했던 20대 때는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느닷없이 만나서 뭉쳐 놀기도 했었습니다. 소모임을 갖고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술 한잔하면서 인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사회 여건상 그러기 힘듭니다.

 

물론 여전히 떠들썩하게 노는 젊은 층도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조용한 곳에서의 휴식을 원합니다. 그리고 방 안에서 OTT를 즐기고 게임을 하거나 오픈 채팅방에서 소통하곤 합니다. 결국 조용함은 원하지만 사회에서 동떨어져있는 느낌은 싫어하는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디지털을 만나 세상은 더욱 외로워졌습니다.

 

 

고립감을 느끼고 특정인과의 연결이나 결속은 느슨해져버렸습니다. 또한 키오스크나 테이블 오더, 로봇 주문 시스템이 시작되면서 일자리까지 줄어들어 마치 사회에서 도태된 거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잘나가는' 친구들과는 더욱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대화형 인공지능이 잘 나와서 이들과의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AI가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나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도 이루다와 다온 모두와 친구가 되길 원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내밀하게 파고드는 데다가 과도하게 친숙하게 굴다 못해 플러팅하는 느낌이라 저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점들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들의 인기가 높은 거겠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접근성이 가장 높은 존재가 빈곤하고 외로운 이들에게 어떤 희망과 미래를 줄 수 있을지는 고민해 볼 문제인 거 같습니다.

 

<외로움의 습격>은 데이터의 편견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흔히 판사가 AI라면 흔들림 없는 올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는 말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딱히 그런 거 같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여있는 방대한 데이터는 지금까지의 정보를 마이닝 한 결과물입니다. 여기서 개인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도 생기지만 간과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데이터를 마이닝 하는 동안 윤리와 인간적인 측면은 간과하기에 인간의 노동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습니다. 최근 인스타에 자주 뜨는 광고 중 하나가 '국비로 데이터 라벨링을 배우고 인생 이모작하자'입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연령층에게 노출되는 거 같은데, 인형 눈알 붙이는 걸로 이모작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몇 년 전 데이터 라벨링 부업이 뭔가 해서 살짝 맛보기 해봤는데, 돈을 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하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스스로 학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라벨링을 하는 노동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바꿔 말하자면 결국 지금까지 잔뜩 모인 빅데이터 역시 인간이 쌓아 올리고 라벨링 한 것들의 집합입니다. 인간의 견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편견이 스며들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빈곤한 이들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능력을 바탕으로 개인을 평가합니다. 그런데 지금 능력을 쌓아 올리고 이를 평가하는 과정이 과연 평등하고 올바른지는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미 엘리트는 세습이나 다름없어서 개천에서 용이 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저처럼 개천이 아닌 시궁창 비슷한 곳에서 사는 사람은 용이 아니라 이무기 정도라도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습니다.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원하는 위치에 다다르지 못한 게 아님에도 사회는 '네가' 게을러서,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인식을 주입합니다. 그래서 20대 젊은이들은 '나는 왜 이럴까'하는 슬픔과 우울에 빠지고 맙니다. 이는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외로움을 낳는 사회'때문입니다.

 

​5장에서는 외로움의 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무엇보다도 개인 입장에서는 '자기책임의 윤리의식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회 역시 이들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외로움의 습격>은 철학과 인문학, 과학, 사회문제까지 두루 다루면서 '외로움을 만드는 요인'과 더불어 그 안에 존재하는 인류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하지 않으며 각자 외롭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외로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책의 전제조건이기는 하지만, 기승전결이 무척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외롭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로서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제 아이가 디지털 시대에 외롭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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