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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이 될 시간
  • 임희정
  • 15,120원 (10%840)
  • 2023-12-01
  • : 454

왜, 나는 엄마일까요?

20년도 넘게 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과연 나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인생에서 엄마로서의 나를 빼면 '존재'하기는 할까?"

"정말 '나'라는 '존재'가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합니다.

그러니 초보 엄마였을 때는 얼마나 더 많은 물음표를 달았을까요?

'살아 있다.' ,'살고 있다.'라는 감각까지 희미해지고, 심지어

"'인간'이기는 한 걸까?"

"앞으로 나는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었어요.

지금은 여기에 '존재'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새로운 의문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어요.

"정말 나는 아이를 잘 키워낸 걸까?"

"앞으로도 계속 '나'보다 '너'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등등.

결국, 육아 퇴직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감정이 싫으면서도 좋아요. 왜냐하면 '엄마'라는 존재가 됨으로써 영원한 내 편, 내 소중한 친구 하나를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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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의 에세이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20여 년 전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떠올리며 저 스스로를 바라보았어요. 저는 초보 엄마 때도 아이를 잘 케어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제 바로 아래 동생을 본격적으로 돌본 게 제 나이 아홉 살 때였고, 낮 동안만 돌본 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였어요. 배고프다고 우는 세 살짜리 동생에게 밥을 할 줄 몰랐던 저는 밥통의 밥을 덜어서 고추장에 비벼 주었었으니까요. 그게 제가 다섯 살 때 일이에요.

동생이 일곱 살, 제가 아홉 살 때부터는 삼시 세끼 모두 제 몫이었어요.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저는 아홉 살 때부터 엄마였어요. 어른이 해 놓은 음식을 차려주는 게 아니라, 제가 다 해야만 했죠. 그래서 제 아이를 가졌을 때 나름 자신 있었어요. 이복동생 기저귀도 많이 갈아보았고 목욕도 시켰으며 분유도 타 먹이고 빨래도 다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짜'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일이었어요. '엄마'라는 존재에 판타지가 있었던 저였기에 내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사랑이 철철 넘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애가 태어난 지 닷새가 되었는데도, 내 안에서 아기가 나왔다는 신기함만 느껴질 뿐이었어요.

 

이 아이를 위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죠. 그래서 나는 '나쁜 엄마'인가 보다, 모성애가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렸죠. 그런데 그런 마음은 천천히 자라나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말이 정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저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제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고, 정말로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단 하나의 존재가 생겼다는 기쁨을 얻었어요. 서로 사랑하며 주변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이에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났죠. 모성애라는 건 역시 판타지였어요. 사랑은 함께하는 사이에 자라나는 거였죠.

 

<질문이 될 시간>은 임희정이 임신하고 출산하며 돌보는 사이에 겪은 일들을 사실적으로 적은 에세이에요. 수월하지 않았던 임신 과정이며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품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고 외로웠던 시간들, 사회와의 단절로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이 적혀있어요.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이 경험의 경중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엄마가 겪는 일들이에요. 다들 그런데 왜 너만 유난이냐는 식의 말을 들어본 사람도 있을 테고, 혹시나 그런 말을 들을까 봐 속으로만 삭히기도 했을 거예요. 하지만 다들 겪는 일이라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잖아요.

모두가 힘들다고 그게 안 힘든 일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며 저자 임희정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이 전혀 남일 같지 않았어요. 매일 힘들고 매일 사랑하며 매일 버텨나갔던 시간들이 적혀있었으니까요.

 

<질문이 될 시간>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했어요. 예전부터 계속 꼬리를 물어왔던 많은 의문에 더하여서 과정까지 돌아보게 되었죠.

"나는 아이를 낳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누구보다도 퍼펙트하게 육아를 해냈다!!"

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자고 먹고 싸는 기본적인 행위조차 용납되지 않는 긴 시간 동안, 우울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치 '내 일'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질문이 될 시간>은 이미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에게는 회상과 추억거리를 던져줄 거예요. 그게 즐거움이건 고통이건 지금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면서 여전히 고민 중인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해볼 수 있어요. 더불어 육아중인 엄마에게는 위로가 될 도서에요. 어쩌면 미혼에게는 조금 두려운 책이 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현실적인 내용을 알고 이해하며 현명하게 계획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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